1970년대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를 이끌어낸 전설적인 외교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100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이 설립한 외교 컨설팅사 키신저어소시에이츠는 그가 이날 코네티컷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은퇴 연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키신저 전 장관은 국제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민간 외교를 이끌었다. 일례로 지난 7월 베이징을 깜짝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나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위해 러시아로 갈 수 있다며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리처드 닉슨(1969-1974)과 제럴드 포드(1974-1977) 전 미 대통령 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내며 1970년대 동서 진영 간 데탕트를 설계했다.
그는 베트남전 평화 협상을 체결하기 위해 북베트남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 공로로 197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중국과의 ‘핑퐁 외교’를 통해 1979년 미중 수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23년 5월27일 독일 남동부 퓌르트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하인츠 알프레드 키신저’라는 이름으로 출생했다. 그는 1938년 나치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고, 1943년 미국으로 귀화해 ‘헨리 키신저’가 됐고 미군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후 하버드대에 입학한 그는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1952년에 석사, 1954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17년간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는 명시적인 이데올로기 개념이나 도덕적·윤리적 전제보다는 주어진 상황과 요인을 주로 고려하는 ‘현실정치'(Realpolitik)의 주창자였다.
키신저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1973년 김 전 대통령의 일본 도쿄 납치 사건 당시 키신저는 김 전 대통령을 구명하기 위해 나선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