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학위가 더 이상 안정적인 취업 보증수표가 아니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기술 중심 채용 흐름 속에서 기업들이 학력보다 실제 업무 역량을 중시하기 시작하면서 석사 학위 가치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는 노동시장 싱크탱크 버닝글래스연구소가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해 “35세 미만 석사 학위 소지자의 실업률이 지난 20년 사이 거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반면 박사 학위나 법학·의학 전문학위 소지자의 실업률은 오히려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닝글래스연구소의 가드 레바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년 대부분 기간에는 두 지표가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자리보다 석사 학위 보유자가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석사 과정 급증…“신호 가치 약화”
WSJ에 따르면 미국 석사 과정은 지난 20년 동안 급격히 늘어났다.
고등교육·경제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석사 프로그램 수는 2005년부터 2021년 사이 69% 증가해 3만3500개를 넘어섰다. 최근 5년 사이에는 AI 재교육 관련 과정까지 대거 생겨났다.
특히 기존 경영학석사(MBA) 외에도 데이터과학, 헬스케어 관리 등 세부 분야 중심의 1년 과정과 온라인 MBA 프로그램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문제는 학위 공급이 늘면서 시장 가치가 희석됐다는 점이다.
레바논은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과대학 학위는 실제 자격증 역할을 하지만 석사 학위는 일종의 신호”라며 “너무 많은 사람이 그 신호를 갖게 되면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200곳 지원했지만 취업 못해”
실제 학생들의 체감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최근 마친 케빈 바도는 학교 재학 중 약 200개 직무에 지원했고 대기업 재직 동문 80여명과 네트워킹도 했지만 아직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는 “예상했던 만큼의 제안을 받지 못했다”며 “면접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도는 다만 “비즈니스스쿨 경험 자체는 의미 있었다”며 “현재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기업들 “학위보다 실무 능력”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드렉셀대 르보경영대학원이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올해 MBA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 비중은 40%를 넘어 지난해(26.8%)보다 크게 늘었다.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의 조니 테일러 회장은 “기업들은 이제 대학원 학위 없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인재를 찾을 수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며 “특히 최근 2~3년 사이 AI가 이런 흐름을 더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은 결국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 “그래도 MBA는 필요했다”
반면 AI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오히려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사례도 있다.
텍사스A&M대 메이스경영대학원 MBA 과정에 진학한 아미르 젤처는 산업공학 분야 취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AI 시대에 대비하려면 경영·데이터 역량까지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운영 플랫폼 분석가 직무에 합격했고 학교의 면접·연봉 협상 코칭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WSJ는 “석사 학위가 과거처럼 자동으로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업을 보장하는 시대는 약해지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