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의 외유성·관광성 국외출장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강화한 관리 기준을 온전히 갖추지 못한 지방의회가 전국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43개 지방의회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핵심 기준 5개를 조례·규칙에 모두 반영한 곳은 113곳(46.5%)에 그쳤다. 나머지 130곳(53.5%)은 관련 규정을 개정하지 않았거나 개정했더라도 핵심 기준 일부를 반영하지 않았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방의회 공무국외출장 이행점검·관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행안부가 점검한 핵심 기준은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에 시민단체 대표 등 민간위원 1명 이상 포함 △임기만료 1년 이내 국외출장 제한 △의장 허가검토서 공개 △징계처분 의원 출장 제한 △위법·부당 출장 판단 시 감사·수사 의뢰 등 5개다.
행안부는 지난해 1월 지방의원의 단순 시찰 위주 외유성 출장을 억제하기 위해 출장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한 ‘지방의회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안’을 전국 지방의회에 권고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지방의원 임기 만료 1년 전부터 단순 외유성 연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 등을 추가해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국외출장 비용 부풀리기 문제로 수사와 송치까지 이어진 지방의회 가운데서도 관련 규정을 여전히 정비하지 않은 곳이 확인됐다.
평택시의회의 경우 국외출장 항공료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시의원 11명이 공무원들의 여행경비 일부를 지원한 데 따른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혐의로 지난해 9월 검찰에 송치됐다. 공무원 4명과 여행사 직원 2명도 여행경비를 부풀린 혐의로 함께 송치됐다.
그럼에도 평택시의회는 올해 9월까지 강화 표준안을 반영한 조례·규칙을 개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택시의회는 올해 12월 개정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정을 손봤다고 해서 핵심 기준을 모두 갖춘 것도 아니었다.
행안부 조사에서 관련 조례·규칙을 개정한 것으로 분류된 지방의회는 129곳이지만, 이 가운데 16곳은 5개 핵심 기준 중 하나 이상을 반영하지 않았다. 실제 5개 기준을 모두 갖춘 곳은 113곳이었다.
강원 영월군의회는 관련 규정을 개정했지만 5개 기준 가운데 민간위원 포함과 위법·부당 출장 시 감사·수사 의뢰 등 2개만 반영했다. 임기만료 1년 이내 출장 제한과 의장 허가검토서 공개, 징계처분 의원 출장 제한 등 3개 기준은 담지 않았다.
항목별로는 의장 허가검토서 공개와 징계처분 의원 출장 제한을 반영하지 않은 지방의회가 각각 7곳으로 가장 많았다. 위법·부당 출장 시 감사·수사 의뢰는 5곳, 민간위원 포함은 3곳, 임기만료 1년 이내 출장 제한은 2곳에서 빠졌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가 2022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전국 243개 지방의회의 국외출장 915건을 전수 점검한 결과 항공권을 위·변조해 실제 경비보다 부풀린 사례는 405건으로 전체의 44.2%에 달했다. 지방의원이 자신의 국외출장을 직접 심사하는 ‘셀프 심사’ 등 제도상 허점도 드러났다.
행안부가 표준안을 잇달아 강화하고 개정을 권고했지만 올해 9월 현재 핵심 기준 5개를 빠짐없이 갖춘 지방의회는 절반에도 못 미친 셈이다.
박 의원은 “외유성 출장을 막기 위한 강화 표준안이 나온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전국 지방의회 절반 이상이 아직 기준을 온전히 갖추지 못했다”며 “주민 세금으로 가는 출장인 만큼 심사부터 사후 검증까지 주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빠짐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 출범한 지방의회가 임기 초부터 투명한 기준을 세워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권고만으로는 이행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행안부는 미개정 의회를 집중 점검하고 핵심 기준을 법령에 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