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브라이언 톰슨을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루이지 만지오네(26)가 21일(현지 시각) 뉴욕시 법원에서 열린 심리에 출석했다.
만지오네는 손목과 발목이 족쇄로 묶인 채 법정에 등장했으며, 초록색 스웨터 위로 방탄 조끼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그의 지지자들 또한 법정 안팎에서 초록색 옷을 입고 연대의 뜻을 보였다. 만지오네의 변호인은 족쇄 제거를 요청했으나, 그레고리 카로 판사는 이를 거부했다.
테러 혐의 적용된 살인 사건, 만지오네 지지 확산
만지오네는 뉴욕주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연방 차원의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답변하지 않은 상태다.
이날 심리에서 검찰은 경찰 바디캠 영상, 감시 카메라 영상,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데이터, 부검 보고서, 법의학 분석 자료 등을 포함한 증거 목록을 변호인 측에 공개했다.
만지오네 사건은 대중의 큰 관심을 끌고 있으며, 심리가 열린 법정 주변에는 그의 지지자들이 모여 “루이지를 석방하라(Free Luigi)”와 “의료보험은 기본권이다(Healthcare is a Human Right)”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대형 의료보험 회사 CEO들의 사진과 함께 ‘수배 중(WANTED)’이라는 글귀가 적힌 포스터를 내걸었다.
법정 내부에서도 많은 방청객이 자리를 차지했으며, 젊은 여성 지지자들이 ‘Free Luigi’가 적힌 의류를 입고 나타났다.
“테러 행위” 혐의 적용, 최고 종신형 가능성
맨해튼 대배심은 만지오네에게 1급 살인 1건, 2급 살인 2건, 무기 소지 및 문서 위조 등 총 11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특히 1급 살인 혐의는 범행이 ‘테러 행위’로 간주될 경우 적용되는 조항으로, 이는 민간인을 협박하거나 정부를 위협할 의도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성립한다. 검찰은 또한 2급 살인 혐의 중 하나도 테러리즘과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따르면 만지오네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보험 업계와 기업 경영진에 대한 적대감이 범행 동기?
검찰은 만지오네가 의료보험 업계와 부유한 기업 경영진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점을 강조하며, 이번 사건이 계획된 범죄라고 주장했다.
만지오네는 작년 12월 4일,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열린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연례 투자자 회의장으로 이동 중이던 CEO 브라이언 톰슨을 총격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약 일주일간의 전국적인 수배 끝에, 펜실베이니아주 맥도날드 매장에서 한 고객과 직원의 신고로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마무리됐다. 체포 당시 만지오네는 사건 현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 가짜 신분증, 그리고 범행에 대한 ‘책임 주장’이 적힌 자필 문서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지오네 “전국 각지에서 온 편지 읽고 있다” 첫 성명 발표
만지오네는 구치소에서 보낸 첫 번째 공식 성명을 통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변호인단이 운영하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나에게 편지를 보내고 지지를 표명해 준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러한 연대는 정치적, 인종적, 계층적 경계를 초월해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편지를 직접 읽고 있으며, 답장을 보내지 못하더라도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연방 기소로 사형 가능성도 대두
연방 검찰은 만지오네를 살인, 스토킹, 총기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오는 3월 19일 연방 법원에서 추가 심리가 예정되어 있다.
검찰은 만지오네가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보고 있으며, 그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노트에서 “이제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살인 혐의가 확정될 경우, 만지오네는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검찰은 아직 사형 구형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최종 판단은 미국 법무장관이 내릴 예정이다.
사형 전문 변호사 추가 영입
만지오네는 최근 변호인단을 강화하기 위해 사형 사건 전문 변호사인 아브라함 모스코위츠를 선임했다. 모스코위츠는 뉴욕에서 50건 이상의 사형 선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변호한 경험이 있으며, 이번 사건에서도 만지오네의 변호를 맡은 카렌 프리드먼 애그니필로와 협력할 예정이다.
만지오네의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은 세 개의 사법 관할권에서 전례 없는 중대한 기소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피고인이 모든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