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해군의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한화오션이 경쟁자인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압도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를 꺼어들었다. 서류상의 제안서를 넘어,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형 3000톤급 잠수함(KSS-III)을 직접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 본토로 보내 성능을 눈앞에서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방산 역사상 유례없는 ‘세일즈 항해’이자, 60조 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따내기 위한 마지막 ‘쐐기 박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CTV 뉴스와 BNN블룸버그는 2일(현지 시각) “한화가 이번 봄, 최신형 공격 잠수함인 KSS-III 중 한 척을 태평양을 횡단해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해안에 정박시킬 계획”이라며 “이는 노후화된 잠수함 교체 사업을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진해에서 밴쿠버까지…’실물’로 증명할 대양 작전 능력
보도에 따르면, 해당 잠수함은 현재 진해 해군기지 드라이 도크에서 장거리 항해를 위한 정비를 받고 있다. 두 달여 간의 항해 끝에 5월 말 캐나다 서부 해안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통상적인 무기 수출 협상이 모형이나 카탈로그,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실전 배치된 잠수함을 구매국 본토까지 1만 km 이상 자력 항해시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KSS-III가 캐나다 해군이 요구하는 ‘광활한 태평양 작전 능력’과 ‘장거리 잠항 성능’을 완벽히 갖췄음을 말 한마디 없이 웅변하는 강력한 퍼포먼스가 될 전망이다.
캐나다 조달차관의 감탄…”비용과 경제적 이익이 관건”
이에 앞서 스티븐 푸어(Stephen Fuhr) 캐나다 국방조달차관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직접 둘러봤다. 그는 지난 10월 진수되어 시험 운행 중인 잠수함과 이미 실전 배치된 한국 해군 잠수함 등 두 척의 내부를 시찰했다.
보안 규정상 촬영은 금지됐으나, 수직발사관(VLS)을 갖추고 어뢰를 다량 탑재할 수 있는 KSS-III의 내부를 본 푸어 차관은 “정말 놀랍다(Pretty incredible)”는 반응을 보였다. 3000톤급 덩치에 50명의 승조원이 탑승하면서도, 수직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점은 캐나다가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이다.
다만 그는 “최종 결정은 비용, 납기, 그리고 캐나다에 대한 경제적 이익(Economic benefits)에 달려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철강산업 구제안…경쟁사 허 찌른 ‘경제 협력’ 승부수
한화는 푸어 차관이 언급한 ‘경제적 이익’ 부문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할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수세인트마리에 위치한 ‘알고마 스틸(Algoma Steel)’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한화는 잠수함 수주를 전제로 알고마 스틸에 신규 공장 건설 자금 2억 7500만 달러(약 3800억 원)를 대출하고, 추가로 7000만 달러(약 1000억 원) 규모의 철강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라자트 마르와(Rajat Marwah) 알고마 스틸 CEO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매출이 반토막 나고 1000여 명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화와의 파트너십은 회사 생존의 근간(Fundamental)”이라며 한화의 수주를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이는 캐나다 정치권의 아픈 손가락인 ‘일자리 문제’를 정조준한 고도의 전략이다.
3월 2일 운명의 날…”로봇이 용접하는 한국 조선소 이식한다”
이와 함께 온타리오 조선소 측도 한화오션의 자동화 기술에 매료됐다. 현장을 둘러본 테드 커크패트릭 부사장은 “3만 1000명의 직원이 있지만 용접의 90%를 로봇이 수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한화와 기술 제휴를 통해 캐나다 조선업의 생산성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오는 3월 2일까지 한화오션과 독일 TKMS로부터 최종 입찰 제안서를 접수하고,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태평양을 건너는 잠수함과 현지 산업을 살리겠다는 보따리를 동시에 푼 한화오션이 독일의 전통 강호를 꺾고 ‘세기의 딜’을 거머쥘지 전 세계 방산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