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조지아주 윈더(Winder)의 아팔라치 고등학교(Apalachee High School)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배로우 카운티 보안관실(Barrow County Sheriff’s Office)에는 다수의 경보가 접수됐다.
사건 발생 일주일 전, 학교는 교사들에게 비상 버튼을 지급했으며, 이를 통해 교사들은 14세 총격범이 최초로 총을 발사한 직후 경찰에 신속하게 경보를 보낼 수 있었다.
“비상 버튼은 사건 당일 우리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주드 스미스(Jud Smith) 보안관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해당 지역에서 20건 이상의 경보가 울렸고, 이를 통해 경찰이 신속하게 현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 비상 버튼 시스템은 총격 사건 발생 몇 시간 전, 다른 학교에서 테스트를 마친 상태였다.
“비상 버튼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에 도입되었으며, 사건 당일 오전 7시 30분에 처음으로 테스트가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이 정상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라고 스미스 보안관은 덧붙였다.
그러나 신속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격 사건으로 교사 2명과 학생 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9명이 부상을 입었다.
모든 학교에 비상 버튼 설치 의무화하는 ‘리키와 알리사의 법’
이후 조지아 주 상원은 지난 목요일(3월 6일), 공립 및 사립학교에 비상 버튼을 설치하도록 하는 상원 법안 17호(Senate Bill 17), 일명 *‘리키와 알리사의 법(Ricky and Alyssa’s Law)’*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비상 버튼을 통해 학교와 긴급 구조대 간의 신속한 연락을 가능하게 하며, 응급 서비스에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법안은 이번 총격 사건에서 희생된 아팔라치 고등학교의 축구 코치이자 수학 교사였던 리처드 ‘리키’ 애스핀월(Richard “Ricky” Aspinwall)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다. 또한, 2018년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Marjory Stoneman Douglas High School) 총격 사건에서 희생된 알리사 알하데프(Alyssa Alhadeff)의 이름도 포함됐다.
알리사의 이름을 딴 법안은 이미 10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조지아도 이에 동참하는 것이다.
신속한 대응과 학교 보안 강화 목표
법안을 발의한 댈러스(Dallas)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제이슨 아나비타르테(Jason Anavitarte)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법안의 목표는 비상 상황 발생 시 긴급 대응팀이 보다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학교 내 사고나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에게 더 빠르게 접근하고, 상황을 조기에 통제해 생명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법안에는 또한 디지털 지도 데이터(digital mapping data) 구축 조항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긴급 구조대가 학교 건물의 주요 출입구나 응급처치 키트가 있는 위치를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조지아 긴급통신청(Georgia Emergency Communications Authority)의 알리샤 러커-라이트(Aleisha Rucker-Wright) 국장은 청문회에서 현재 911 센터의 열악한 기술 환경을 지적했다.
“현재 911(긴급 신고) 시스템은 1960년대에 도입된 낡은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911 센터에서는 지도를 요청하면 단순히 벽에 걸린 종이 지도를 보여주거나, 구글 지도만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도입된 학교도 있지만… 한계 지적도 나와
조지아 내 절반 이상의 학군이 이미 유사한 비상 버튼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ENTEGIX라는 보안 기술 회사는 더글라스(Douglas), 클레이튼(Clayton), 체로키(Cherokee) 카운티 등 여러 학군에 비상 버튼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총기 규제 옹호 단체는 이번 법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기 규제 단체 *‘조지아 다수의 총기 안전(Georgia Majority for Gun Safety)’*의 헤더 핼릿(Heather Hallett) 조직자는 “법안 실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지아에는 수많은 학교가 있고, 모든 학교에 이러한 안전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녀는 또한 비상 버튼 시스템이 총기 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총격 사건은 끔찍하고 사람들에게 강한 충격을 주지만, 사실상 더 큰 문제는 사고로 인한 총기 부상, 자살, 그리고 일반적인 폭력 사건입니다. 어린이들이 총기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가장 큰 원인은 이러한 문제들입니다.”
“결국 이 법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놓치고 있습니다. 총기 규제를 강화한 주에서는 총기 범죄율이 훨씬 낮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입증됐습니다.”
학교 보안 예산 지원 및 추가 법안 발의
SB 17호 법안은 올해 조지아 주 예산에 포함된 1억 890만 달러(약 1,442억 원) 규모의 학교 보안 보조금을 활용해 시행될 예정이다. 이 예산을 통해 조지아 내 각 K-12(초·중·고등학교) 학교에는 평균 4만 1천 달러(약 5,400만 원)가 지원된다.
또한, 2026년 수정 예산에는 5천만 달러(약 662억 원)의 추가 지원이 포함되어, 학교당 **2만 1천 달러(약 2,800만 원)**를 추가로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조지아 주 부지사 버트 존스(Burt Jones)는 이번 SB 17호 법안 외에도 SB 61호, SB 179호 등 다른 학교 안전 관련 법안도 지지하고 있다. 하원에서도 학교 보안 및 위협 관리 강화를 목표로 하는 HB 268호 법안을 통과시켰다.
모든 법안은 오는 4월 4일까지 주지사의 서명을 받아야 정식 법률로 제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