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리는 제78차 유엔 총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 중 대다수가 불참한 것을 두고 국제기구로서 유엔의 힘이 약화한 징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외교 및 인권 전문 기자인 스테파니 필리온은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 국제전문지 ‘인터프리터’ 기고문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영국 정상의 유엔총회 불참이 “외교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점점 더 분열되는 세계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유엔재단의 피터 여 선임부사장은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유엔 총회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여러 국가에 유엔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이번 유엔총회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만 참석한다. 중국과 러시아 정상의 유엔총회 불참은 흔하지만, 프랑스와 영국마저 정상이 불참한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프랑스 외교부는 오는 20~22일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방문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르세유 방문이 임박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이번 유엔총회에 불참한다.
이러한 강대국의 불참은 유엔이 더 이상 다자주의의 주요 플랫폼이 아닐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각국은 브릭스나, 주요 7개국(G7) 및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규모 면에서 작을지 모르지만, 분열과 갈등이 반복되는 유엔보다는 차라리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총회에서 유엔은 앞서 설정한 17가지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 실현을 점검하고 아직 진전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인데, 주요국의 ‘외면’이 개발도상국들에 유독 크게 느껴질 전망이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 정상의 불참이 오히려 미국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네기국제기금 분석가인 스튜어트 패트릭은 폴리티코에 “G20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부재는 미국이 ‘실제로 우리는 여기 있고 개발도상국에 관심을 두고 있다’라고 말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인도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의 불참을 기회로 삼아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과 같은 국가와 교류하면서 그들에게 미국의 영향력을 각인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