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R-미국의 주택 거래는 침체를 겪고 있지만, 집값은 되레 최고치를 찍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존 주택의 중간 매매가는 43만5,3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6월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러나 거래량은 전달 대비 2.7% 감소해 9개월 만의 최저치를 보였다.
“사는 사람만 산다”… 거래 줄어도 가격은 계속 상승
NAR 수석 부이코노미스트 제시카 라우츠는 “지금의 주택 시장은 ‘있는 자’와 ‘없는 자’로 양극화됐다”고 분석했다. 급등한 가격과 6.74%에 달하는 고정금리 탓에 많은 실수요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났지만, 현금 여유가 있거나 기존 주택 매각으로 큰 수익을 낸 계층은 여전히 거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0만 달러 이상 고가 주택 거래는 전년 대비 14% 증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전체 거래의 29%는 현금 구매였고, 첫 주택 구매자는 전체의 30%에 불과했다.
‘첫 집’은 먼 나라 이야기… 가격은 5년 전보다 48% 상승
중간 가격 기준으로 집값은 5년 전보다 48%나 올랐다. 가족의 도움이나 수년간 저축을 통해 어렵게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중간소득층은 여전히 높은 가격과 금리의 이중고에 진입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저금리 대출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 집을 팔고 사는 데 소극적이다. 이른바 ‘금리 락인(lock-in) 효과’다.
공급도 문제… 신축보다 기존 주택이 더 비싸
재고는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부족하며, 새 집 착공은 줄어들고 있다. 6월에는 단독주택 신규 착공이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신규 건축 허가는 2년래 최저 수준이다.
신축 주택의 중간 가격은 40만1,800달러로 기존 주택보다 오히려 약 4만 달러 저렴했다. 이는 건설사들이 첫 주택 구매자 수요에 맞춰 소형 주택을 지어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건설 비용도 끌어올려 공급 차질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지역별로는 가격 하락도… DC·오스틴·샌디에이고 하락폭 커
Redfin 자료에 따르면, 전체 50개 대도시 중 30개 도시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 워싱턴 DC, 오스틴, 샌디에이고 등지에서는 고용 감소나 고금리 부담으로 인한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낮아질 경우 수요가 다시 몰리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첫 주택 구매자들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의 주택 시장은 부자 중심의 한정된 거래만 이뤄지는 불균형 시장이다. 일반 실수요자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며, 공급 부족과 금리 부담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