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보수 성향의 카롤 나브로츠키가 폴란드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월 2일 오전 발표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나브로츠키는 50.89%의 득표율로 바르샤바 시장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를 근소하게 눌렀다(트샤스코프스키 49.11%).
이번 승리로 폴란드는 민족주의·보수 색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친EU 노선을 추진해온 도날트 투스크 총리의 중도 연립정부는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투스크 총리는 이날 저녁 “가까운 시일 내에 의회 신임투표를 요청하겠다”고 발표하며, “정권 유지 가능성을 시험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신임투표에서 패배한다면, 총리직 사퇴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나브로츠키의 첫 공식 발언
나브로츠키는 SNS를 통해 “안전하고 강한 경제를 갖춘 국가,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국가를 만들겠다”며 “유럽 및 대서양 관계에서 폴란드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보수 정당인 ‘법과 정의당’의 지지를 받으며 역사학자이자 전직 복서로 알려졌다. 폴란드 국립기억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소련군 기념물 철거를 주도, 러시아의 블랙리스트에도 올랐다.
트럼프와의 밀접한 관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나브로츠키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지난주에는 보수단체 CPAC이 폴란드에서 첫 회의를 개최해 나브로츠키를 응원했다. 미국은 폴란드에 약 1만 명의 주둔 미군을 두고 있으며, 트럼프 진영은 나브로츠키 당선으로 방위 협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크라이나·유럽과의 관계
나브로츠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외교적 지원은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젤렌스키가 동맹국의 지원을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선은 폴란드 국민을 위한 복지·의료·교육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반응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폴란드는 유럽 안보의 기둥”이라며 당선을 축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환상적인 승리”라며 축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우리 공동체의 평화·민주주의·가치를 함께 지켜나가자”고 완곡히 축하.
투스크의 최후의 저항
트샤스코프스키는 “모두 함께 강하고 공정한 폴란드를 만들고 싶었지만, 다수 국민을 설득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한편 투스크 총리는 “이 상황의 중대함을 이해하며,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나브로츠키의 임기는 오는 8월 6일, 현 보수 대통령 안제이 두다의 임기 종료 후 시작된다. 이번 결과로 동유럽의 정세와 NATO-EU 구도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