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에 기록적으로 낮은 모기지 금리로 주택을 구입한 미국인 상당수가 현재 “집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은 오르고 금리는 두 배 가까이 뛰면서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다른 집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모기지 금리 락인(lock-in) 효과’가 전국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롱아일랜드에 사는 샌디 라크먼과 쇼운 파르마사르 부부는 2022년 초 주택을 서둘러 매입했다. 당시 금리는 역사적 최저 수준에서 빠르게 오르고 있었고, 매물은 부족했으며 경쟁은 치열했다. 병원 운영관리와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일하던 이 부부는 결국 약 66만 달러짜리 방 2개 주택을 시세보다 3만 달러 더 주고, 4% 고정금리로 구입했다.
라크먼은 “팬데믹 당시 금리가 낮아 저 같은 밀레니얼 세대가 시장에 진입할 좋은 기회였다”며 “지금은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반려견, 유아, 곧 태어날 아기까지 가족이 늘면서 집이 비좁아졌지만, 이사하면 금리가 두 배 이상 뛴 대출을 감당해야 하기에 옮길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평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3% 아래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2.65%까지 내려갔다. Realtor.com 설문조사에서는 주택 소유자 82%가 “지금 갖고 있는 낮은 금리에 묶여 이동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인튜이트 크레딧카르마의 코트니 얼레브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첫집’을 더 나은 집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생각했지만, 금리 급등과 매물 부족으로 그 ‘첫집’이 장기 거주 주택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프레디맥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모기지 금리 락인 효과’라고 정의한다. 현재 시중금리의 절반 수준에 묶여 있는 대출을 포기하고 이사할 경우, 같은 크기의 집을 사더라도 월납입액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이 같은 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연방주택금융청(FHFA) 빌 퓰트 청장은 새로운 정책을 검토 중이다. 대표적으로 ▲기존 낮은 금리를 새로운 집으로 옮길 수 있는 ‘포터블 모기지(Portable Mortgage)’ ▲월납입액을 줄이기 위해 기간을 크게 늘린 50년 모기지 제도 등이 논의되고 있다.
퓰트 청장은 X(옛 트위터)에 “50년 모기지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판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초장기 모기지는 총 이자 부담을 크게 늘리고, 근본적인 문제인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하지 못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은 “기존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더 큰 집으로 옮길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반박한다.
현재 애리조나·뉴저지·플로리다 등 여러 지역의 가정들이 ▲현 상태 유지 ▲폭증한 월납입액 감수 ▲고가의 리노베이션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려는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재고는 더 줄고 이동성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