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촛 곳곳에서 전쟁의 일상화로 항공기들이 분쟁 지역을 우회하면서 하늘에 마치 커다란 구멍이 여럿 뚫린 것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보면 항공기들 우회로를 따라 유럽과 중동, 아시아 지역에 빈 공간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을 발표했지만 항공기들은 여전히 역내 상공을 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하늘도 텅 비었다.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일대엔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이 끊임없이 날아다닌다.
아시아 상공의 빈 공간은 티베트다. 항공기들은 고지대인 티베트 고원의 지형적 기상적 안전 때문에 해당 항로를 기피한다.
미얀마와 중앙 아프리카에서도 산발적 분쟁이 언제 어디서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갈등 격화로 안전한 하늘길이 좁아져 항공기들이 지정학적 분쟁지를 돌아가거나 일부 노선을 취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비행 시간이 늘어나고 비용은 상승했다. 서방 항공사 대부분이 현재 러시아 상공 비행이 금지돼 울며 겨자먹기로 훨씬 긴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빅토리아 이바니코바 더블린시립대 항공경영학 조교수는 핀란드 헬싱키와 일본 도쿄 간 항공편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보다 최대 3시간30분 더 소요된다고 분석됐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일부 노선도 3시간 가량 늘어난 상태다.
일부 지역에선 글로벌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으로 인한 안전 위험도 커지고 있다. 분쟁국들이 적군의 드론과 미사일을 교란시키기 위해 취하는 조치가 항공기들에도 영향을 미쳐서다.
국제항공단체 옵스 그룹에 따르면 러시아 서부, 지중해 동부, 이스라엘, 흑해, 인도-파키스탄 접경 상공에서 GPS 교란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항공사들은 분쟁지역 우회 비행 계획 수립과 조종사들에 대한 GPD 교란 대처 훈련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항공 조종사협회(BAPA)의 마이크 스로어는 “비행하는 동안 어딘가에선 항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