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형제국’이라 불리는 쿠바가 한국과 공식 수교를 맺었다. 최근 우방국들과의 ‘반미 노선’ 형성에 주력하는 북한의 외교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쿠바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양국은 향후 공관 개설 등 후속 조치에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쿠바는 공산혁명 이후 지난 1960년 북한과 수교를 맺으면서 우리나라와는 교류를 끊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와 경제 교류가 많아졌고 최근엔 쿠바에서 ‘K-팝’, ‘한드(한국 드라마)’ 등 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코로나19 이전까진 국내에서도 쿠바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등 양국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이번 수교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북한의 대외정책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한 후 국경을 차츰 개방하면서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갖는 등 국제사회와의 외교 행보도 확대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나라 집권당들과의 관계 발전에 주력하면서 나라의 대외영역을 보다 확대 강화하고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드는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우리 국가의 지지연대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국제적 규모에서 반제공동행동, 공동투쟁을 과감히 전개”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북한은 올해 초부터 최선희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과 농업대표단을 러시아에 파견하고 북한 체육성 대표단을 중국에 보내는 등 러시아와 중국과의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한과 쿠바의 관계도 올해 새로운 주북 쿠바대사가 부임하는 등 관계가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 쿠바가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으면서 북한의 우방 국가 간에도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 국가 간 연대 강화와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대립으로 나타난 ‘신냉전 구도’를 활용을 통해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견제에 대응하겠다는 북한의 계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북한이 그동안 외교에 공을 들인 러시아도 최근 외교 차관을 ‘비공개’로 파견하는 등 한국과의 소통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도 북한의 외교 전략에 대한 고민을 깊어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