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현대차와 SK온, 그리고 한화솔루션 계열사 큐셀은 조지아주에 총 73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금 감면 법안, 일명 ‘Big Beautiful Bill’이 연방 의회를 통과할 경우, 이들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터스빌 지역에 들어설 현대-SK온 배터리 공장(50억 달러)과 Qcells의 태양광 패널 공장(23억 달러)은 수천 개의 일자리와 연 5만3천 달러의 평균 임금을 약속하며 지역 경제의 판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연방의회에서 논의 중인 이번 세금법안은 이들 프로젝트에 적용된 세액 공제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할 계획이다.
■ 공화당 지지 지역이 가장 큰 피해
조지아의 청정에너지 붐은 사실상 공화당이 장악한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청정에너지 투자 중 77%가 공화당 지역구에 몰려 있다.
그러나 현재 조지아 공화당 하원의원 9명 전원이 해당 법안을 지지했고,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도 이 사안에 침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소속 존 오소프 연방 상원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표는 곧 조지아 경제를 해치는 표입니다. 지금껏 이룬 것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 비즈니스는 약속을 믿고 투자했는데…
지역 보수 성향 정치인들도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바토 카운티 단독 커미셔너 스티브 테일러는 “이 프로젝트는 우리 지역에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가져왔다”며 “지금 와서 지원을 끊는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Qcells 측은 “미국 내 공급망을 직접 구축하고 추가 세액 공제를 통해 효율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은 오히려 중국 제품 의존도를 높이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조지아 공화당 내 일부 이탈 조짐
카터스빌 출신 매튜 갬빌 주하원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주 의원 16명은 연방의회에 보조금 유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세액 공제를 약화시키면 조지아의 제조 르네상스를 해치고, 결국 중국 업체들이 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지아 연방 하원 의원 중 이 법안에 반대한 이는 한 명도 없다.
■ 현대차의 대응…조용한 ‘유턴’?
현대차는 당초 전기차 전용 생산을 계획했던 엘라벨(Ellabell) 공장에 하이브리드차 생산도 병행하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가 생각보다 낮고, 세금 혜택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우리는 전동화를 장기적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요가 있어야 사업이 됩니다.”
– 현대차 대변인 마이클 스튜어트
현대차는 카터스빌 인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현대·기아차 구매자들이 7,500달러의 EV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제 혜택도 법안이 통과되면 6개월 내 종료될 전망이다.
■ 켐프 주지사 “나는 모른다”…정치권 책임 회피
켐프 주지사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미래는 연방의회가 결정할 일”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IRA가 조지아의 청정에너지 붐을 이끌었다는 주장에 대해 “산업 유치는 IRA 전부터 시작됐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공로를 부인했다.
정작 켐프는 지난해, 현대차가 노조가 없는 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세액 공제를 못 받는 조항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 결론: 정치보다 중요한 건 ‘일자리’
카터스빌 시장 맷 산티니는 “이번 문제는 당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치보다 중요한 건 일자리와 경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소프 의원은 달랐다.
“지금 조지아 공화당이 침묵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게, 조지아 경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연방의회의 선택에 따라, 조지아의 청정에너지 미래는 좌우될 수 있는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