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8일 한미 관세 합의 내용을 명문화하는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고비를 잘 넘겼지만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해서는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자동차 15%와 반도체·의약품 등 일부 품목 관세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명문화하는 것과 관련해 주요 내용은 지난달 합의됐으나 동 합의사항을 구체화하는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형식이나 시기 등도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지난달 관세 협상에서 합의된 자동차 관세 15%와 반도체·의약품 등 품목 관세의 ‘최혜국 대우’를 ‘팩트시트’ 형태의 공식문서에 명문화하려 했으나 미국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협상 명문화가 늦춰지며 자동차 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자동차에 25% 품목 관세를 매기고 있는데 지난달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도 15%로 인하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안보 분야 등 관세 협상 논의가 종결되지 않은 만큼 명문화를 늦추며 상황을 미국 측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농수산물 시장 추가 개방 문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역시 구체적인 조성과 운영 방식이 합의되지 않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정상회담 직후 “미국은 시장 개방을 원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이러한 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서도 러트닉 장관은 “그 수익의 90%는 미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돈은 우리가 대고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한 바 있다.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가 어떻게 적용될지도 변수다. 아직 구체적인 세율과 범위가 명문화되지 않은 데다, 국가 간 합의가 ‘기업’에 적용되는 품목 관세에도 적용될지, 실효성이 있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한편 우리 정부는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실무 협상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시대 통상 협상, 안보 협상 뉴노멀은 계속 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와 같이 하나가 끝났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되는 협상의 과정 속에 있다. 새로운 이슈가 제기될 수 있어서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