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 모닝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사바나 인근 현대-LG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규모 단속으로 약 475명이 체포되고 이 중 300여 명의 한국인이 추방된 이후, 풀러(Pooler) 지역 한인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풀러에서 ‘92 치킨(92 Chicken)’을 운영하는 다니엘 리(Daniel Lee) 대표는 “단속 이후 매출이 최소 20% 줄었다”며 “회복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업 초기 주말마다 만석이던 식당은 이제 한산하다.
리 대표는 필라델피아 출신의 재미교포로,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에서 13년간 근무하다가 2023년 엘라벨(Ellabell)에 설립된 현대차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 모터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인근으로 이주해 창업했다.
현대차 메타플랜트의 착공(2022년)과 함께 한인 엔지니어, 기술자, 관리자들이 대거 조지아로 이동하면서 풀러 일대에는 한국식 식당, 미용실, 부동산, 교회 등이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9월 4일 ICE의 대규모 단속 이후 이 흐름은 급격히 멈췄다.
연방국토안보부는 이번 단속을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 현장 작전”이라고 발표했지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단속 대상은 원래 히스패닉 4명이었고,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출장용 B-1 비자를 소지한 한국인 수백 명이 예기치 않게 연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억류된 이들에게 미국 체류를 허락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단 한 명만이 남았고 그마저도 얼마 후 한국으로 돌아갔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사건 한 달 뒤 한국을 방문해 관계 복원을 시도했지만, 리 대표는 “그들이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식당만 7곳… 손님 사라졌다”
풀러의 또 다른 한식당 ‘집밥(Zip Bob)’ 직원은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손님이 줄었다”며 “단골들이 다 떠났다”고 말했다.
사바나 지역 대표적인 한식 퓨전 레스토랑 ‘빅본 보데가(Big Bon Bodega)’의 케이 헤리티지(Kay Heritage) 대표는 “한인들은 보통 집보다 식당에서 만나고 교류하는 문화가 있어, 이번 사태는 단순한 매출 손실이 아니라 공동체의 붕괴에 가깝다”고 말했다.
현지화로 돌파구 모색
리 대표는 이제 생존을 위해 메뉴를 미국인 입맛에 맞게 바꾸고 있다.
“조금 더 달고 짜게, 덜 맵게 해야 한다”며 “미국 현지 고객층을 확대하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헤리티지 대표 역시 이미 2016년 푸드트럭 시절부터 ‘김치 피자’ 등 현지인이 접근하기 쉬운 퓨전 메뉴로 성공을 거둔 사례다.
“김치가 매운맛과 감칠맛을 동시에 주니까, 페퍼로니만큼 인기가 많아요.”
이번 단속으로 풀러 한인 상권은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리 대표와 같은 한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역 고객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어머니의 나라, 한국은 아버지의 나라 같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싸우는 걸 보는 기분이죠.” — 다니엘 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