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화재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75명으로 증가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AFP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오후 10시 기준 아파트 화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75명으로 집계됐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부상자 가운데 17명은 안정적인 상태지만 12명이 위독하고 29명은 중상을 입었다.
소방관 중에서도 사상자가 나오면서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주민 등을 포함한 실종자는 279명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일부 실종자들과 연락이 닿았다고 밝혔다.
전날(26일) 홍콩 북부 타이포의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화재는 27시간 만에 진압됐다.
소방 당국은 불이 붙은 잔해가 바람에 흩날려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화재가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후 6시 기준 아파트 7개 동 전체 화재가 통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는 지난 1948년 17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홍콩 창고 화재 사건 이후 77년 만에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당국은 화재 진압 후 이번 화재의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인 보수 공사에 사용한 대나무 비계(飛階·공사용 임시 발판)를 금속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리 장관은 “당국이 도시 전역의 대나무를 금속 비계로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전국 건물 시공업체 최대 100곳은 일주일 내에 방염 자재 사용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릭 찬 홍콩 정무부총리도 “금속 비계로 빠르게 바꾸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정부와 건설업계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경찰 당국은 건설사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당국은 보수공사에 문을 밀봉하기 위해 사용된 보호망, 필름, 스티로폼 소재 관련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중대한 과실이 화재의 급속한 확산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 독립반부패위원회(ICAC)도 보수 공사의 비리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홍콩 당국은 현재 9개 대피소가 마련돼 이재민을 수용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임시 거처와 긴급 자금을 마련 중이다.
리 장관은 피해 주민들이 1~2주간 머물 수 있는 유스호스텔과 호텔 1000개 객실을 확보했다며 이후에는 임시 거주용으로 마련된 1800개의 보조 주택에서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당국이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기 위해 3억 홍콩 달러(약 564억 원)의 기금을 마련할 계획인 가운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3000만 홍콩 달러(56억 4360만 원)를 기부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는 실종자 수색과 부상자 지원을 위해 지역 주민들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 주민들은 실종자 수색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왓츠앱을 통해 헌혈자를 모집했다.
이번 화재로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홍콩 입법회 선거와 관련된 활동들은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