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등의 주요 2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23일 발효됨에 따라 중국이 이에 대응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80년대 미일 반도체전쟁처럼 일본 기업들이 망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분석가들은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는 전략적 원자재 수출 금지와 미국을 돕는 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수출입) 금지 등으로 이 조치가 “곧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 3월 말 중국을 겨냥해 수출에 정부 승인이 필요한 칩 생산 장비 등 추가 23개 품목을 담은 외교통상부령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세척, 검사, 최첨단 칩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인 리소그래피 장비가 포함됐다.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의 동북아 연구소의 다지강 소장은 “일본 정부가 채택한 수출 규제 조치는 미국으로 인해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는 세계 반도체 산업에 더 큰 불확실성과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조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 소장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니콘이나 도쿄전기와 같은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이는 수익 감소와 혁신과 기술 지원 감소로 이어져 일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공식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의 가장 큰 수출 시장으로 2022년 수출액은 8200억 엔(약 7조4543억원)에 달해 일본 전체 칩 제조 장비 수출의 약 30%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반도체 사업은 광범위한 글로벌 협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글로벌타임스는 썼다. 마지화 기술 부문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기 위해 일본과 네덜란드를 동참시키면 예기치 않게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을 고립시키기 위해 산업 체인을 다시 설립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다 소장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잃는 것은 기존의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또 다른 워털루(나폴레옹이 참패한 전쟁)에 직면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에는 일본이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을 압도했다가 미일 반도체 전쟁이 벌어졌다. 당시 미국의 계속된 보복조치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급격히 쇠퇴하고 도시바 등 반도체 거대 기업들이 쇠락했는데 그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