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올초 강력한 반등세를 보였지만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자금이 대거 유출되며 랠리를 놓쳤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금융정보업체 리퍼 통계에 따르면 미국 주식의 뮤추얼펀드와 ETF에서 지난 6주 동안 310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지난 여름 이후 최장 기간 순유출된 것이며 연초 유출 규모로는 2016년 이후 최대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펀드 120억달러, 채권펀드 240억달러, 지방채펀드 3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미국 주식을 제외한 펀드로 자금이 유입됐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올해 뉴욕증시의 반등을 그 만큼 믿지 않고 매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WSJ는 해석했다. 시장 심리가 급격하게 냉각될 수 있다는 공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난주 뉴욕증시 간판지수 S&P500은 1.1% 하락해 주간으로 처음 떨어졌다.
금융정보업체 EPFR의 캐머런 브랜드 리서치 본부장은 WSJ에 “기회는 확실히 (뉴욕 이외에) 다른 곳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을 떠나 확실하게 안전한 채권자산이나 더 싼 해외 주식을 선택한 것이다. 블룸버그 미국종합채권지수 수익률은 4.5%인데 S&P500의 배당수익률 1.7%를 크게 웃돌았다.
달러 약세, 중국의 재개방, 매력적 밸류에이션이 미국 이외의 해외주식의 장점으로 꼽혔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S&P500의 12개월 주가수익비율은 18배로 스톡스유럽600의 13배, 홍콩항셍지수의 10배에 비해 높다.
브랜드 본부장은 “(뉴욕증시) 참여자들이 여전히 신중하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말했다.
채권과 해외 주식 아니면 더 위험한 옵션 거래에서 판돈을 불린 베팅이나 투기적 종목에 올인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 테슬라와 같은 특정 종목을 쓸어 담는 경우도 있다. 테슬라 주가는 올들어 60% 뛰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고객들의 주식흐름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한 가지 종목 매입과 ETF 매도 사이 격차는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에 달했다. BOA 고객들이 올들어 종목만 150억달러 넘게 순매입한 반면 ETF에서는 100억달러 넘는 순유출이 발생헀다.
지수 추종보다 개별 종목을 선호하는 것은 액티브자산관리가 더 성행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BOA의 질 캐리 홀 미국주식전략가는 예상했다. 액티브는 개별 종목 위주의 능동적 투자이며 패시브는 지수 추종 위주의 수동적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시장 대세를 따라가는 패시브 투자는 30년 전 ETF 출시 이후 계속해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 기술주가 금리 급등에 휘청거리며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해 선별적 종목 투자(stock picking)가 화려하게 복귀했다고 WSJ는 전했다.
단일 종목으로는 단연 테슬라가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몇 주 동안 테슬라가 개미들의 단일 종목 순매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