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국제법으로 금지한 병원 폭격이 발생,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국제법은 부상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네바협약 등은 부상자와 병원 등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을 전쟁 범죄로 규정해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1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중심부에 위치한 알 알리 아랍 병원에 대한 폭격이 발생,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알 자지라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오히려 이슬라믹 지하드의 오발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곧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일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을 크게 흔들고 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로 출발하기에 앞서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내 알 알리 아랍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한 끔찍한 인명 피해에 대해 분노하고 매우 슬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및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를 나눴고, 국가안보팀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민간인 생명 보호를 분명히 지지하며 이 비극으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환자, 의료진 및 기타 무고한 사람들을 애도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연대하지만 가자 지구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를 최소화하고 싶다는 신호도 보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데 이어 요르단을 찾아 압둘라 2세 국왕,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중동 국가들이 분노를 일시에 표출하자 일단 요르단 방문을 연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에 머무르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취소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폭격 소식이 전해지자 팔레스타인은 물론 아랍 전역에서 폭격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병원 공격으로 인명 피해가 매우 크게 났다”며 “매우 이례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하는 등 국제기구도 일제히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일부 병원을 폭격, 전쟁 범죄라는 국제적 비난을 받았었다.
한편 알 알리 아랍 병원은 성공회 선교사들이 1880년대에 설립한 병원으로, 가자 지구의 주요 병원 중 하나다.
이번 폭격으로 인한 부상자는 인근의 시파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환자가 쇄도해 환자들이 병원 바닥에서 치료를 받는 등 열악한 환경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