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현지시간) 2년차로 접어들었다. 유엔은 전쟁 1년을 맞아 러시아 철군 결의안을 다시금 통과시켜 러시아를 고립시켰고, 주요 7개국(G7)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위한 조율에 들어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저항 1년을 기념하기 위해 나섰다. 프랑스 파리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에펠탑을 물들였고, 런던에서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걸친 사람들이 밤샘 행사에 나섰으며,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유럽연합(EU) 본부 건물들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으로 조명을 띄웠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말 역공을 통해 잃었던 영토의 상당 부분을 되찾은 상태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바흐무트에서 병사들이 러시아 군 진지를 향해 발사할 대 전차 유탄 발사기를 발사한 뒤 참호에 누워 쉬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계속되는 전쟁, 참호전 양상으로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칭하는 이번 전쟁은 올해 들어 동부 바흐무트를 중심으로 참호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AFP통신은 바흐무트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삽으로 땅을 파 참호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전했다. 마치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호전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현재 러시아의 군사력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는 데 집중돼 있다.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는 전쟁 1주년 전날까지도 계속해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차 조종사인 올레 슬라빈 하사는 “만약 우리가 바흐무트를 포기한다면 다른 모든 게 훨씬 복잡해진다”며 “우린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로디안카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쑥대밭이 된 아파트의 내부가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사상자는 나날이 늘고 있다. 일부 서방 관리들은 러시아군 사상자가 약 20만명에 이른다고 추정했으며, 지난해 11월 미군 최고 사령관은 양측의 병력 10만명 이상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3일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마트’를 올해 안에 실전 배치한다고 밝히며 육·해·공 3대 핵 전력 강화를 천명했다. 그는 지난 21일 국정 연설에서 미국과의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에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 최악의 분쟁이 된 가운데 사상자 수를 독자적으로 검증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양측 모두 강대강…출구 안 보이는 갈등
국제 사회에 냉기류는 여전하다.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강력한 제재는 이어지고 있고, 푸틴 대통령이 핵 위협을 거듭하며 공포감을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완전 철수를 대화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평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우리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적어도 전쟁이 끝났을 때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러시아의 침략 순환을 깰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G7, 우크라 지원 박차…중국과 러시아는 밀착 움직임
G7 정상들은 24일 밤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해 화상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과 함께 러시아에 수출 금지된 제품을 제공하는 국가들에 대해 새로운 제재안이 발표될 전망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 타운홀 행사에서 “우크라이나에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안보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더욱 밀착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푸틴 대통령을 예방해 더 깊은 관계를 약속하고,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크렘린궁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로이터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한쪽은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한쪽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대결 양상으로 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 애틀랜틱매거진 주최 행사에 참석해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비살상 이중용도(민군 겸용) 품목 지원을 승인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24일 평화 연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방 일각에서는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미사여구’ 수준을 넘어설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벤저민 허스코비치 호주국립대 연구원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중국에 중요한 문제는 전쟁이 끝나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끝나느냐는 것”이라며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를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다극화 체제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의 중심 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