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의 솔레다르의 전황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러시아 측에서는 솔레다르 전역을 함락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솔레다르에서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테러리스트 국가와 선전가들은 솔레다르에서 일부 성공을 거둔 척 하려고 하지만,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네츠크 전선이 버티고 있으며, 우리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우크라이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 용병 와그너그룹 대표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 500명을 사살했다”며 “도시 전체가 우크라이나 군인의 시체로 뒤덮였다”고 밝혔다.
또 전날에는 텔레그램을 통해 “와그너 부대가 솔레다르 전역을 통제하고 있다”며 “시가전이 전개되고 있다. 내일 포로 수효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레다르의 소금광산으로 보이는 곳에서 와그너 병사들과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의 사병 집단으로, 예브게니 프리고진 와그너그룹 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다. 푸틴 대통령은 일부 작전을 군 대신 와그너 그룹에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은 솔레다르를 둘러싼 군사 작전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을 뿐 솔레다르를 함락했다는 와그너그룹의 주장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최근 몇 달간 전선에서 밀리고 있는 만큼 솔레다르를 점령하는 것이 러시아 군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할 전망이다.
솔레다르는 바흐무트와 함께 동부 지역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부 돈바스 지역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러시아가 합병했다고 주장하는 도네츠크 지역에 포함된다. 러시아는 솔레다르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부터 바흐무트와 솔레다르를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여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솔레다르가 함락된다면 러시아는 일련의 굴욕적인 손실 이후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눈에 띄는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인구가 1만 명에 불과한 솔레다르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프리고진 대표가 솔레다르의 소금, 석고 광산을 노리며 용병 투입에 동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솔레다르 주변 지역에는 유럽 최대의 소금 생산업체인 국영 기업 아르템실(Artemsil) 소유의 대규모 소금 광산이 있다.
또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솔레다르를 함락하더라도 바흐무트까지 점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가 솔레다르를 점령하더라도 우크라이나는 바흐무트에서 군인을 방어하고 재보급할 수 있다”며 “시가지 전투의 역동적인 특성 때문에 전망이 모호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