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퍼부을 것이란 전망과 관련해 서방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CNN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과 영국,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러시아가 대공세를 시작하기에 아직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축적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러시아의 대공세 전망과 관련해 “현실적이기보다는 염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을 내리면서 병력을 증강해 왔다. 그렇게 병력 숫자는 늘었지만, 새로운 영토를 점령하고 보유하는 데 필요한 작전을 수행할 만큼 군대의 능력에 충분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한 고위 관리는 CNN에 “러시아군이 더 많은 병력을 고기처럼 갈아넣고 있으나, 이들이 더 나은 조직력을 보이거나 성과를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군은 러시아군이 지속적인 공세를 위해 충분한 전력을 회복하려면 5월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러시아 지도자들은 더 빠른 움직임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미군 고위 관리를 인용, 크렘린궁의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러시아군이 충분히 준비되기 전에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병사들이 파손된 러시아 군의 BMP-2 보병 전투 차량을 트럭에 싣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우크라이나 측에서도 러시아군의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군 병력은 돈바스에 있는 작은 도시 한두 개를 점령할 수 있는 수준이고 그게 전부”라고 추정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지상전 전문가인 벤 배리도 로이터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후퇴시키기에 충분한 유능한 병력들을 집결시키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다만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군을 신속하게 몰아낼 수 있는 충분한 전투력을 보유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올 한해도 피비린내가 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는 24일 전쟁 1주년이 다가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서방 지도자들에게 더 진보한 장거리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과 영국, 독일이 주력 전차를 보내기로 결정했고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투기와 장거리미사일을 지원받기 위해 서방을 설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이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에 집결하고 있는 정황이 서방 정보당국에 의해 포착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러시아가 지상전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하자 전세 역전을 위해 공중전에 나서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대규모 공중전을 위해 항공기를 집결하고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현재로서 우리가 본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가 상당수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고 많은 능력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것이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서 열병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그는 “러시아는 계속해서 전투에 추가 병력을 쏟아붓고 있으나, 그들은 훈련이 잘 안 돼 있고 장비도 잘 갖추지 못했다. 우리는 (러시아가)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점령을 위한 핵심 거점인 바흐무트에 모든 전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영국 BBC의 ‘투데이’ 쇼에 출연해 “현재 러시아군 전체의 97%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러시아군은 모든 전선에서 진격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실제로 대규모 공세에서 돌파구를 마련할만 한 단일 병력의 집합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월리스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 군대가) 진격하려고 애쓰는 것을 얼마 전에 목격했는데, 이는 러시아 군대에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병력을 증강할 시간을 벌면서 최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버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방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가 올봄 반격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