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일본 히로시마에서 19일 개막한다. 올해 의장국인 일본은 러시아와 중국의 동향을 바탕으로 국제질서 유지와 강화를 위해 G7의 결속을 보여주는 한편, 히로시마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일본에서는 7년 만에 열리는 G7 정상회의는 19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진행된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정상이 참여한다.
우선 의장을 맡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9일 오전 10시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각국 정상들을 영접한다. 7개국 정상은 평화기념자료관을 둘러본 뒤 미야지마로 이동, 오후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이동 경로에 따라 히로시마 시내 중심부는 대규모 교통 통제가 예정돼 있으며, 미야지마 입도는 전면 제한됐다. 미야지마은 세계유산 이쓰쿠시마 신사가 있는 곳으로,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그랜드프린스호텔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21일까지 총 10개 세션이 진행되며, 세계 경제와 우크라이나 정세, 핵 군축·비확산, 식량 에너지 문제, 챗GPT 등 생산형 인공지능(AI) 활용 및 규제 등을 놓고 의견이 오갈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DB |
◇러·中 대응이 주 의제…경제보복 대응 G7 협의체 신설 예정
러시아·중국에 대한 대응은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주된 의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두 나라를 겨냥하며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러시아에 무기 등을 공급하는 국가에 지원 정지를 요구하도록 하는 내용을 정상회의 성명에 명기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여러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G7은 세계의 어떠한 장소에서도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호소하고, 러시아의 불법 침략 전쟁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연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NHK는 “기시다 총리로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하는 러시아와 패권주의적 행동을 강화하는 중국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 유지/강화를 위해 G7의 결속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20일에는 경제 안보 위주의 세션이 이어진다. 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경제 안보 분야의 개별성명 원안도 일본 매체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이 개별성명은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무역과 투자를 제한하고, G7이 단합해 맞서기 위해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경제 강화 및 경제 안전 보장이라는 제목의 성명 원안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지목하는 것은 피하면서, 경제적인 취약점을 이용해 각국의 외교·국내 정책을 해치는 경제적 위압이 퍼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며 “대항책을 마련하기 위해 G7은 각국 외교당국 실무자들로 구성된 경제적 위압에 관한 협의체 출범을 선언한다”고 적었다.
또 G7은 성명에 ‘법의 지배를 지키는 결의와 연대를 나타내기 위해 표적이 된 나라들을 지원한다’라고도 기재해 G7의 테두리를 넘은 지원도 도모할 방침이다. 광물이나 반도체, 전지 등 개발도상국들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뜻을 모으기로 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18일 전화 브리핑에서 공동성명과 관련한 질문에 “공동성명은 여전히 작업중이기 때문에 앞서 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요하게는 중국을 포함해 다양한 문제들에 걸쳐 G7 의 역사적인 단결 수준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열리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중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12월 일본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모습 2023.5.14/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핵 군축 메시지에도 주목…美 원폭 투하 사과는 없을 듯
정상회의가 원폭 피해 지역인 히로시마에서 이뤄지는 데다 최근 러시아의 핵 위협이 커지는 만큼 핵 군축과 관련한 메시지가 오갈지도 주목된다.
히로시마가 지역구인 기시다 총리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구현하는 것을 인생 과제로 내걸어 왔다. 그는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목표로 한다는 이상을 G7 리더들과 공유하는 귀중한 기회로 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각국 정상들은 평화기념공원 방문 시 히로시마에 사는 피폭자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라고 니혼테레비(닛테레)는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핵무기가 없는 세계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군축·비확산을 유지·강화한다”며 “국제평화 및 안보에 대한 어떠한 핵의 위협에도 반대한다고 명기한다”고 전했다.
핵무기를 사용한 당사자인 미국 측에서 사과의 말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백악관 측에서는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발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대통령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기념관을 방문한다”며 사과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의 리가로얄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2023.05.1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한·일 및 한·미·일 정상회담도 예정
G7 정상회의 외에도 이 기간 각국 정상 간 양자, 다자간 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미 18일 도착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바이든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순서대로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미일 양국 정상은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을 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능력을 이용해 일본에 대한 방위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부터 3일간 일정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우선 윤 대통령은 20일 오후 G7 회원국과 관련 8개국, 7개 국제기관 대표들과 함께 세계적인 과제를 논의하는 ‘아웃리치 회의’에 참석한다.
아웃리치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쿡제도, 코모로, 브라질, 베트남 등 8개국과 유엔,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 7개 기구 수장이 참석할 계획이다.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1일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같은 날 한·미·일 3자 회담도 추진 중이다. 한일 양국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응이나 반도체 등 중요한 제품의 공급망 강화 등에 대해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윤 대통령은 21일 기시다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방문해 함께 참배할 예정이다.
이 밖에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도 21일 실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또 21일 오전에는 G7 정상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온라인 회의도 진행된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 후 호주를 방문해 쿼드 정상회의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공화당과 갈등을 빚고 있어 아시아·태평양 순방 일정을 일부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