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선거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방기금금리를 기존의 5.25~5.5%에서 4.75~5.0%로 50bp(1bp=0.01%p) 낮췄다. 금리 인하 폭을 통상적 0.25%보다 큰 빅컷(0.5%)으로 결정한 것.
연준은 금리 발표 후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더 나아가 연내 추가 금리 인하도 시사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 통화 정책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끝났다는 낙관론을 반영한다”며 낮은 금리는 성장을 촉진할 것이고, 이는 경제에 대한 우울한 국민적 분위기를 밝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BBC도 “예상보다 큰 폭의 인하로 주식 시장이 다시 호황을 누리고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그리고 간접적으로 주택 담보 대출 등의 이자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으며, 이는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카멀라 해리스 캠프에 좋은 소식”이라고 짚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경제학자는 WP에 “금리 인하는 확실히 해리스 캠프를 밀어주는 경제적 순풍”이라며 “금리 인하는 정말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발표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각각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우리는 방금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다. 경제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우리의 정책은 비용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적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성명에서 “이 발표는 높은 물가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미국인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나는 앞으로도 물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이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며 연준의 독립성을 저해할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그 정도로 인하한다는 것은, 그들(연준)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경제가 무척 나쁘다는 것”이라며 “큰 인하(big cut)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미시간 유세에서는 “그들(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것이다. 내일 모든 정치적인 것들을 할 것이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를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인 스티븐 무어는 이번 ‘빅컷’에 대해 “현명하지 않았다”며 연준의 결정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는 “50bp 인하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에 25bp 인하하고, 선거 이후에 추가로 25bp 인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왜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전까지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오바마 행정부의 수석 경제학자였던 제이슨 퍼먼은 CNN에 “선거일 전까지는 경제의 어떤 측면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실업, 국내총생산(GDP) 또는 인플레이션과 같은 것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금리 인하 발표 시점이) 너무 느리다”고 설명했다.
CNN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자료를 인용해 소비자들이 금리 인하를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약 12개월이 걸린다고 전했다.
CNN은 “유권자들은 선거 몇 달 전부터 결정을 이미 내렸다”며 연준의 ‘빅컷’ 단행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경제학 수석 연구원인 에런 클라인은 CNN에 “투표율의 핵심은 유권자들이 4~6월에 어떻게 느꼈는가”라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사고방식은 이미 굳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