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다. 주요 2개국(G2)를 이끌고 있는 두 정상이 1년 만에 마주 앉은 테이블에서 어떤 합의를 이룰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미중 간의 근본적인 관계 재설정이나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정상이 내놓을 합의가 어느 정도 구체성을 띨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로이터통신은 14일 보도했다.
◇미중 군 대화 재개…”정상적 소통의 경로로 돌아간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에서 개방된 소통라인의 강화와 양국간 경쟁이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책임감 있는 경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양국간 군사대화를 재개하는 것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그간 오해와 오판에 따른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선 군 당국간 대화와 핫라인(직통전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의 성공 기준’을 묻는 질문에 “정상적인 소통의 경로로 돌아가기 위해 위기시에 서로 전화를 걸어 대화할 수 있고, 우리의 군(軍) 당국이 서로 연락을 취하도록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회담 목적을 명확히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미국과의 군사당국간 대화를 단절했다. 올해 2월 미국이 자신들의 정찰풍선을 격추시키자, 미중간 군사 실무자급 대화도 중단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과 국방장관 회담을 거부하는 이유로 리샹푸 전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를 지목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리 부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대화 재개의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좀비 마약’ 펜타닐 단속 합의 끌어낼까
두 정상이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제조와 수출을 단속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좀비 마약’이라고도 불리는 펜타닐은 중독성이 헤로인보다 50배, 모르핀보다 100배 강하다. 그리고 미국 내 18~45세 청장년층의 사망 원인 1위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펜타닐 유사 물질을 합성에 서구로 수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합성마약의 원료인 전구체 물질은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되며, 멕시코의 마약 조직들이 이 물질로 펜타닐을 만들어 미국에 공급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펜타닐과 합성 마약의 원료 물질 유통을 막기 위해 자국 내 화학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합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펜타닐 단속에 응하는 대가로 중국 공안부 법의학연구소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은 신장 지역에 사는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 앞두고 신경전?
시 주석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언급하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확언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초 대만이 총통 선거를 앞둔 만큼, 독립 성향인 집권 민진당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아내려 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현재 대만에서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대만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중국으로서는 비교적 친중 성향인 야권 후보들이 당선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다만 미국은 대만 총통 선거에 중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진핑,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 요청하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정상이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와 대중국 투자 제한 등의 사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등 여러 첨단 분야에 대한 대중국 투자 또한 억제하고 있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시 주석이 미국 재계 지도자들과 별도의 만찬 자리에서 대중국 투자 촉진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에 대선을 앞둔 만큼 경제 측면에서 중국 측에 양보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국 기술 수출 제한을 완화할 정치적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 우려하는 바이든, 중국의 대이란 영향력 발휘 요청 예상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동 내 확전을 막기 위해 중국이 대이란 영향력을 이용해 줄 것을 요청할 전망이다. 중국은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동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란의 행동이 중국 등 다른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밖에도 두 정상은 양국 간 상업 항공편 증편이나 중국의 언론인 비자 제한 완화 등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또한 양국이 핵무기와 공격용 무인기(드론) 등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배제하는 합의를 도출하고, 중국 정부가 737 맥스 여객기의 구매 동결을 해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는 두 정상의 대화 자체는 미중 간의 긴장 분위기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겠지만 해빙 무드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초반 대만 총통 선거와 후반 미국 대선 등 여러 불확실성 요소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 연구원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리는 계속되는 (미중 간의) 경쟁과 긴장의 시기에 머물러 있다”며 “큰 돌파구와 실질적인 변화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