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의 압박이 거세지자 우크라이나 정부 내에서는 전략적 후퇴까지 거론되고 있다.
알렉산드르 로드냔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용병단) 와그너그룹 부대가 바흐무트를 포위하려 한다”며 “필요하다면 전략적 철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드냔스키 보좌관은 “우리 군은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도시를 통제하고 있었지만 전략적인 후퇴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국민들을 헛되이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퇴각 시기에 대한 질문에 “철수가 필요한지는 우리 군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답하면서도 “우리가 후퇴한다고 해서 러시아군이 빠르게 진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틀림없이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3.02.24/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
◇ 젤렌스키, 바흐무트 “가장 어렵다” 인정
러시아군은 1년간 지속된 전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바흐무트에 가차없는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바흐무트는 전쟁 전 인구가 약 7만명 가량인 광업 도시였으나, 지난 수개월 간 격전지가 되면서 폐허가 됐다. 러시아가 이곳을 점령하게 되면 그들은 도네츠크주의 마지막 중심지를 점령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측도 상황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브리핑에서 “적들이 바흐무트 쪽으로 계속 전진하고 있다”며 “그들이 바흐무트 습격을 멈추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8일 오후 영상 연설에서 바흐무트에서의 전투가 “가장 어렵다”면서도 “방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리 진지를 공격하기 위해 병력을 끊임 없이 보내고 있다. 전투의 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 군사분석가인 올레 즈다노우는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북부의 두 마을인 베르키우카와 야히드네 사이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러시아 수호이(Su)-25 전투기들이 바흐무트 상공을 날아다니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군 또한 전투기를 통해 러시아군 통제 지역에 세 번의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바흐무트에서 병사가 러시아 군을 향해 드론을 띄우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 우크라 드론, 모스크바 코앞까지 갔다…”본토 위험 노출”
전쟁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 본토 곳곳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침입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드론이 모스크바 코앞까지 이르렀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 주지사는 모스크바에서 동남쪽으로 110㎞ 떨어진 곳에 있는 소도시에 드론이 추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드론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민간 인프라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진에 찍힌 드론은 우크라이나산이며 소형 모델이라 다량의 폭발물을 적재하기는 어려운 종류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남부 크라스도나르와 아게디아 지역의 민간 인프라를 향해 공격용 드론을 보냈으며, 이를 드론 방어 시스템으로 추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아직 우크라이나는 드론 공격 의혹과 관련해 이렇다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 러시아 “병합 지역 우리 영토로 인정해야 평화회담 참가”
전문가들은 전쟁 시작 1년이 지났지만 양측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 치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가 평화협상을 할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 9월 일방적으로 병합을 선언한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또한 대화 조건으로 러시아를 향해 옛 소련이 붕괴된 1991년에 설정된 국경으로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