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월 16일, 당시 미국 텍사스 주지사였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오스틴시에 삼성전자의 미국 내 첫 반도체 생산시설 부지가 들어선다고 발표했다. 두달 뒤인 3월 29일 64Mb(메가비트) D램 공장이 착공됐고, 당시 우리 기업의 단일 미국 투자 최대 규모인 13억 달러가 투입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스틴시는 팹(제조공장) 근처 인근 도로명을 ‘삼성로'(Samsung Boulevard)로 바꿨다.
27년이 흘러 텍사스주엔 ‘삼성’ 이름을 딴 도로가 하나 더 생겼다. 건설 중인 텍사스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인근 도로 이름이 ‘삼성 하이웨이’다. 삼성 하이웨이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삼성전자가 짓는 신공장 부지와 기존 고속도로를 잇는 도로다.
경계현 삼성전자(005930) DS부문장(사장)은 올해 1월 빌 그라벨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장으로부터 ‘삼성 하이웨이'(Samsung Highway)라고 적힌 도로 표지판을 선물 받았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에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향후 공장 운영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미국 곳곳엔 삼성을 비롯해 SK(034730), 현대차(005380), LG(003550)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이름이 들어간 도로가 있다. 우리 기업들이 공장 건설 등으로 수조원을 투자하자 미국 지자체가 주는 답례 성격의 선물이다.
경제적 가치는 투자금액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미국 사회 내 한국 기업 인지도 상승 효과나 미국 내 한인 등이 가질 자부심 등 무형의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의 공격적 투자는 미국 내부적으론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이어진다. 반대로 우리 기업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받으며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이런 훈훈한 답례품이 오간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는 LG 하이웨이가 있다. 지난 2018년 LG전자가 ‘클라크스빌 공장’을 가동한 것을 기념해 테네시 주정부가 붙여준 도로명이다. LG전자는 해당 부지를 20년간 무상 임대받았고, 세금 감면 혜택도 별도로 제공받았다.
이 공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등대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WEF는 2018년부터 전 세계에서 첨단 기술을 도입한 공장들을 심사해 매년 두 차례씩 등대공장을 선발하는데 우리 해외 공장으로는 처음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1일엔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서 SK온 미국법인 배터리아메리카(SKBA)로 향하는 도로 이름이 ‘SK 불러바드'(SK Boulevard)로 바뀌었다. 기존 도로명은 ‘스티브 레이놀즈 인더스트리얼 파크웨이’다.
SK온이 3조원대 투자를 통해 공장을 증설하고 현지인력 수천명을 고용한 SKBA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SK온은 조지아주에서 지난해 1분기부터 가동한 1공장(9.8GWh)과 지난해 말 조기 가동에 돌입한 2공장(11.7GWh) 등 배터리 공장 2개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
도로명뿐만 아니라 SKBA가 자리한 산업단지 이름도 커머스 85 인더스트리얼 파크웨이’에서 가칭 ‘SK 배터리 파크'(SK Battery Park)로 바뀐다. 미국 조지아주 SKC 공장 근처엔 SKC 이름을 딴 ‘SKC 드라이브’도 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는 ‘현대 불러바드’가 있다. 2005년 5월 현대차의 공장 준공을 기념해 주정부가 붙여준 이름이다. 앨라배마주는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 부지와 인프라 시설 제공(6000만 달러 이상), 세금 혜택(6980만 달러) 등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