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비상계엄의 위헌·불법성을 가르는 핵심 쟁점인 ‘정치인 체포 지시’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저지’ 여부를 둘러싼 주요 증언이 엇갈리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의 핵심 증거로 활용될 검찰 공소장이 물증 없이 진술에 의존하고 있고, 해당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탄핵 심판이 중반을 넘어가자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여론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5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내란 혐의 관련 증언들이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누가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의 근거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역시 이날 입장문에서 “내란죄의 실체가 없다”며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이 오염됐다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홍 (전) 차장이 처음에는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밤 직접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들을 다 체포하라’고 했지만, 이제는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고 말을 바꿨다”며 핵심 증언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 대해서도 그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군 시절 참모 출신이라는 점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이와 관련 곽 전 사령관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야당에 유리한 증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 측은 현재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주로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며, 더구나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 진술은 증거 능력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탄핵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윤 대통령의 명확한 체포 지시가 없더라도, 무장 군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에 진입한 것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12·3 비상계엄 밤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는 국민들이 생생히 기억하는데 아무 일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면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병주 최고위원도 “한낱 세 치 혀로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최근 탄핵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보수층 결집이 강화되는 점도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 자체가 무효라고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2일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탄핵 인용 의견은 직전 조사(지난해 12월 5주차) 대비 9.8%포인트(p) 하락한 51.4%, 기각 의견은 9.9%p 상승한 46.8%였다.
두 배 가까이 차이나던 찬반 격차가 한 달여 만에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이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는 탄핵 기각 의견(56.2%)이 인용 의견(43.2%)을 크게 앞질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4.5%.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증언의 신빙성 논란과 헌법재판관들의 편향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헌재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경우, 정치적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탄핵 심판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