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의 폭격을 피할 수 있는 깊이에 핵실험 벙커를 짓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알자지라는 이날 미국 민간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Plante Labs)가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 일대를 찍은 사진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위성사진에는 이 일대 자그로스산맥의 고원에서 이란이 새로운 핵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모습이 포찰됐다. 나탄즈 핵시설은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한다고 밝혔던 곳이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는 사진에 찍힌 흙더미와 터널 크기 등을 분석해 새로운 핵시설이 지하 80~100m 깊이에 건설되고 있다고 AP에 전했다.
총 2.7㎢ 면적의 시설 주변으로는 각각 6m 너비에 8m 높이를 가진 출입구 4개가 만들어졌고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방공 미사일이 설치됐다.
특히 이 정도 깊이는 미국의 포격을 피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하 벙커를 타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GBU-57 폭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대 깊이는 60m로 80~100m 깊이인 이번 벙커까지 도달할 수 없다.
스티븐 데라 푸엔테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연구원은 “시설의 깊이를 봤을 땐 일반적인 벙커버스터 폭타과 같은 재래식 무기로 파괴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신규 핵시설의 규모를 봤을 때 원심분리기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시설도 들어가 있어 보인다며 아무런 견제 없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내 핵시설은 여러 차례 사보타주(파괴 공작)을 받기도 했다. 특히 나탄즈 핵시설은 2020년과 2021년 바이러스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란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2015년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과 함께 핵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이란 핵 합의(JCPOA)에 참여했다.
하지만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하면서 합의는 표류 상태에 접어들었고 이란은 기존 핵 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도 3.67%, 농축 우라늄 보유량 202.8kg 등의 상한선을 어기는 방식으로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