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전(前)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대응에 의문을 나타냈다.
25일 모리 전 총리는 도쿄도내 한 호텔에서 “이렇게까지 우크라이나에 힘을 쏟아도 되겠나” “러시아의 패배는 생각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어 “기껏 (러시아와의 관계를) 쌓아 올려 여기까지 왔다”며 우크라이나 쪽에 힘을 실을 경우 일·러 관계가 붕괴하리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내각과 정반대되는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이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부당하고 잔혹한 침략 전쟁”이라며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하라 세이지 내각관방 부장관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침략은 국제 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폭거로, 평화 질서를 지켜내기 위해 국제사회와 결속해 계속해서 굳건한 결의를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모리 전 총리 발언을 맞받아쳤다.
또 “정부를 대변해 발언하는 건 삼가겠다”면서도 “일본은 주요 7개국(G7)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연계하여 지속해 대러 제재,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하라 부장관은 “북방영토(쿠릴 열도)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결속한다는 대러 외교 강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정부 입장을 덧붙였다.
모리 전 총리는 임기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북방영토의 4도(島) 중 2도 반환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서도 노력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이어 모리 내각에서 관방 부장관을 지냈고 그를 ‘정치적 멘토’로 여겼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이때부터는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표현을 접고, 대신 일·러 평화조약 체결에 합의하는 등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잘 유지돼 오던 ‘일·러 우호 기조’가 틀어진 것은 기시다 내각에 들어서다. 기시다 총리가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못 박은 것이다. 모리 총리와 대러 정책에 대해 입장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