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국의 엄중한 경고를 뒤로한 채 미국 순방 길에 올랐다. 차이 총통은 미 뉴욕을 경유해 수교국인 테말라와 벨리즈를 잇따라 방문한 뒤 순방의 ‘피날레’로 캘리포니아에 도착, 미국 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의장 등과 회담에 나설 예정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차이 총통은 현지시간으로 29일 낮 12시 반께 민주의 파트너, 공영(共榮)의 여행’이라는 테마’를 내 걸고 타오위안 공항을 통해 출국, 10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차이 총통은 출국 전 취재진에게 “우리는 침착하고 자신감이 있게, 양보하지도 도발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길을 굳건히 걸어 세계로 나갈 것”이라면서 “비록 이 길은 험난하지만, 대만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中 “독립 추구 도발 행위…’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 반발
중국 측은 차이 총통이 출국하기 직전 대만 집권 민진당의 독립 추구 행위와 ‘외세’ 미국을 규탄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주펑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미국 경유에 대한 논평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민진당은 정치적 사리사욕을 도모하기 위해 온갖 핑계를 대고, 온갖 기회를 이용해 독립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당국의 지도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경유’란 본질적으로 미국에 의존해 독립을 추구하는 도발 행위다. 이는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 ‘두 개의 중국’을 만들려는 시도”라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나는’대만 독립’ 주장의 국제적 도발을 노리는 것이자 미국의 반중(反中) 세력의 지지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펑롄 대변인은 “차이잉원의 경유는 공항이나 호텔에 얌전히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명목으로 미국 정부 관리, 국회의원들과 접촉해 미국과 대만의 공식 교류를 진행하며 외부 반중 세력과 결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차이잉원이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접촉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훼손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또 하나의 도발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에 단호히 반대하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주펑롄 대변인 자료사진. 2019.11.2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
◇ 美, 中 무력시위 우려…”과민반응 마”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차이 총통의 방미가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이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내 익명의 고위 관리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차이 총통은 과거 미국을 경유했을 당시에도 의회 인사들을 만나거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면서 중국이 이번 경유를 구실로 삼아 대만에 무력 시위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상을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는 미국 정부가 대만 인사들의 미국 경유 관행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미 행정부 고위 관리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 행정부 인사들의 방중 논의를 위해 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소통 채널을 계속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대만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차이 총통의 방미가 단순한 ‘경유’에 불과하며 관행적인 것이란 입장이다.
지금까지 대만의 모든 총통은 미국을 ‘경유’해 방문했고 차이 총통 역시 2016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19년까지 6차례나 미국에 방문해 의회 의원들을 만난 전례가 있다는 것이 미국 측의 설명이다.
다만 미국과 대만은 중국의 무력 시위를 우려하고 있다. 앞서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해 8월 중국의 강한 반발 속에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강화했고 미국·대만에 대한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의 침공 우려 속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가운데 친중 성향의 마잉주 전 총통이 대만 전현직 총통 가운데 74년 만에 중국 본토에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