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잘 알려진 작가 밀란 쿤데라가 94세로 별세했다.
쿤데라의 개인 소장품을 보관하고 있는 모라비아 도서관(MZK)은 쿤데라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파트에서 오랜 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쿤데라는 일상의 평범한 현실과 고상한 이념의 사이를 맴도는 주제와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작품들을 주로 썼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밀란 쿤데라는 모든 대륙의 모든 세대의 독자들에게 다가갔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였다”며 “그는 주목할 만한 소설뿐만 아니라 중요한 에세이 작품도 남겼다”고 말했다
쿤데라는 1929년 4월 1일 체코의 도시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부친을 둔 덕분에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에 속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1968년 프라하의 봄의 자유 개혁 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 소련을 비판한 후 탄압을 받았다. 체코 정부는 쿤데라가 펴낸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쿤데라는 공산당이 개혁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결국 1975년 프랑스로 이주했다. 4년 후에는 체코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2019년 12월 체코 정부에 의해 체코 국적이 회복됐다. 이후 체코 단일 국적으로 지내며 프랑스 시민권과 체코 시민권을 모두 보유했다.
그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말해야 한다며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았다. 다만 1976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이례적인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을 ‘정치적’이라고 묘사한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해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쿤데라 소설의 특징은 주제의 무거움을 문장의 가벼움과 유머스러움, 현학적이면서도 해학이 넘치는 글을 구사하는 데 있었다.
그의 첫 번째 소설인 ‘농담’은 1967년에 출판됐다. 체코의 공산당 정권과 자신이 속해 있던 공산당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묘사로 유명한 작품이다.
주요 작품으로 ‘농담’ 외에도 ‘우스꽝스러운 사람들’, ‘생은 다른 곳에’, ‘웃음과 망각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 ‘느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