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이 18일(현지시간) 3개월 만에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마주한다. 3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태평양 나아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안보를 넘어 경제 등 전방위로 확장하는 등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후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을 끌어냈던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이후 약 4개월 만에 미국을 다시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들과 정상회의 준비를 하고 휴식을 취한 뒤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의를 갖는다. 또한 한미, 한일 정상회담도 별도로 열릴 예정이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공조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3국 안보·경제 협력의 역사는 18일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캠프 데이비드 회의를 기점으로 한미일 협력은 북한 위협에 초점을 둔 한반도 역내 공조에서 인태 지역 전반의 자유, 평화, 번영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범지역 협력체로 진화한다. 협력 분야는 안보를 넘어 경제, 첨단기술, 보건, 여성, 인적교류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된다.
나아가 한미일은 3국 공급망에 대한 정보 공유, 조기경보시스템(EWS) 구축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 핵심광물 수급도 경제안보 차원에서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회의를 토대로 한미일은 3국 간 협력 수준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는 내용의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과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등 두 건의 공동문건을 채택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제까지 한미, 한일, 미일 3개의 양자관계가 각기 개별적으로 추진해 온 안보경제 협력이 한미일 3자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간 협력을 정례화, 제도화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신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이 정상회의 정례화를 비롯해 안보실장, 외교장관,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 고위급들의 정기 회의에도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한미일 협력 강화는 쿼드(QUAD), 오커스(AUKUS)와 같은 안보 협력체 이상의 효과가 기대되기도 한다. 중국은 한미일 3국 공조를 ‘미니 나토(NATO)’라 지칭하며 경계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쿼드는 인도가 포함된 인태지역의 협력체이지만 지리적으로 한미일 협력체가 보다 인태지역에 집중된, 서로 초점을 부각해서 맞출 수 있는 이웃”이라며 한미일 안보 협력체가 더 밀도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캠프 데이비드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열려 더욱 특별하다.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는 워싱턴DC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메릴랜드주 캐탁틴 산맥에 있으며 규모는 약 5000㎡(1500평)다.
미국 대통령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이지만 현대사에서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1943년 루스벨트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종식에 대해 논의했고, 1959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과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양 진영 간 군사대결을 지양하기로 합의한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정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이곳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별도 배석자 없이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리트리트'(retreat)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3국 정상이 자연스럽게 친교를 나누는 장면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방문 당시 노타이 차림으로 골프 카트를 운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