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연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벌금 부활로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미국 내 주요 완성차 업체가 140억 달러 (약 19조 원)의 벌금 폭탄 위기에 직면했다. 현대차·기아, GM, 도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된 미국자동차혁신연합(AAI)은 29일 (현지시간) 미국 규제 당국의 실현 불가능한 자동차 연비 기준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가 오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연비 규정 위반으로 벌금을 물어야 할 대상 자동차가 경트럭 2대 중 1대, 승용차 3대 중 1대에 이른다고 AAI가 밝혔다. 로이터는 미국의 빅3 완성차 업체인 GM, 포드, 스텔란티스가 물어야 할 벌금만 따져도 100억 달러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AAI는 벌금 부담으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한 대당 평균 3000 달러가 오르고,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 길거리에서 운행되는 노후 차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2년형 차량부터 기업평균연비(CAFE)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존보다 두 배가 넘는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2년에 2025년까지 연비를 갤런당 54.5마일(ℓ당 23.3㎞)로 향상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CAFE를 발표했다. 또 2016년에는 해당 규제에 따른 벌금을 기존 1mpg(갤런당 마일)당 55달러에서 140달러로 올려 2019년형 자동차부터 적용키로 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연간 최소 10억 달러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CAFE 적용에 강력히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이를 수용해 임기 말인 2020년 1월에 2016년의 관련 기준을 2022년형 자동차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조정하고, 벌금 인상을 유예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뒤집었다. 바이든 정부는 2023년부터 연비 기준을 5~10%씩 매년 끌어올려 2026년에는 갤런당 55마일(ℓ당 23.4㎞)로 높이는 내용의 새 기준을 확정했다. 2021년형 차량의 연비 기준은 갤런당 40마일이다.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 환경보호청(EPA)에 제출한 공식 의견에서 EPA의 배출가스 규제안이 지나치게 낙관적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수많은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PA는 지난 4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신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 비 메탄계 유기가스(NMOG)와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 등 배출 허용량을 연평균 13%씩 감축시키는 내용의 배기가스 규제안 초안을 발표했다.
AAI는 EPA의 배출가스 규제안이 합리적이지 않고 달성할 수도 없다며 이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AAI는 EPA의 전기차 보급 목표를 2030년 40∼50%로 낮추고, 이후 수치를 정하지 않고 2032년까지 늘려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기차 선두 업체 테슬라는 2032년까지 전기차 69%를 달성할 수 있는 더 강화된 규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기후 변화에 대응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비율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바이든 정부는 자동차 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해 오는 2032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신차 판매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었다.
GM은 2025년까지 2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포드는 오는 2030년까지는 전체 판매 비중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독일 폭스바겐은 2026년 전 세계에 판매하는 차량 4대 중 1대를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2038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