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크기업 대표들이 기술 개발 경쟁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지 오랜 앙금을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벌인다는 은어)로 풀겠다고 예고했다. 트위터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페이스북의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그 주인공이다.
22일 CNN·BBC 방송과 뉴스24 등에 따르면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설전을 주고받다가 감정이 격화돼 결국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종합격투기 경기장에서 만나 ‘철창 격투’를 벌이기로 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전날(21일) 메타가 트위터의 대항마로 ‘스레드(Threads)’란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다는 소식을 머스크에게 보내며 “스레드가 정말 트위터의 라이벌이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머스크는 “전 지구가 저커버그의 손아귀에 독점적으로 놓이게 될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다른 사용자가 “그(저커버그)는 주짓수를 한다고 들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라고 하자 머스크는 “난 철창 싸움(cage fight)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저커버그도 이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22일) 머스크와 사용자들이 주고 받은 이러한 트위터 대화를 캡처한 화면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뒤 “위치를 보내달라”고 했다. SNS상에서 키보드만 두드리지 말고 실제 싸울 장소를 정해달라는 것이다.
테크 전문매체 버지는 이날 두 사람의 결전 약속이 허풍이 아니라고 보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버지는 메타 대변인을 인용해 “저커버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은 농담이 아니며 이제 공은 머스크에게 넘어갔다”고 전했다. 트위터 측은 BBC의 논평을 거부하며 즉답을 피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6일(현지시간) 처음 출전한 주짓수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갈무리) |
저커버그와 머스크가 정말로 라스베이거스에서 맞붙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두 테크기업 대표가 주먹다짐을 예고하자 일각에선 구체적인 승률까지 거론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스포츠 도박업체 패디파워는 실제 경기가 열리지는 않겠지만 성사될 경우 혼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업체 오드스피디아는 저커버그가 승리할 확률이 83%에 달한다고 했다.
저커버그와 머스크는 각각 ‘기술’과 ‘체급’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커버그는 트위터 사용자가 언급한 대로 주짓수 유단자다. 지난달에는 미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주짓수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유행 기간 주짓수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을 연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머스크의 덩치는 190㎝에 육박해 170㎝를 조금 넘는 저커버그를 압도한다. 또한 머스크도 무술을 배운 경험이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어릴 적 유도, 극진가라데, 태권도를 수련했으며 최근에는 주짓수를 잠시 배웠다고 언급했다. 다만 메달을 보유한 것은 아니라 무술 실력은 저커버그보다 못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와 저커버그 사이에 생긴 앙금은 꽤 오래됐다. 두 사람은 지난 2017년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을 두고도 말 폭탄을 주고 받았다.
머스크는 AI가 인류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방송을 통해 “AI 반대론자들은 매우 무책임한 사람들”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AI에 대한 저커버그의 이해도는 떨어진다”고 쏘아붙였다.
여기에 지난주 메타가 짧은 텍스트 기반의 SNS인 스레드 출시를 예고하며 머스크의 심기를 자극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저커버그의 최측근인 크리스 콕스 메타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지난주 직원 모임에서 스레드에 대해 “트위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라고 규정했다. 스레드는 초기 트위터처럼 글자수를 500자 내외로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래프는 가뜩이나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트위터 사용자가 대거 이탈하고 기업 광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오랜 라이벌을 무너뜨릴 기회를 포착해 새로운 앱을 개발했다고 짚었다. 머스크가 겉으로는 스레드의 잠재성을 평가 절하했지만 위기에 처한 트위터에 꽤나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