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미국으로부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200여기를 들여오기로 했다. 이로써 영국에 이어 토마호크를 실전 운용하는 미국의 두번째 동맹국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핵 잠수함 기술 이전과 마찬가지로 인도·태평양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호주 국방부는 21일 성명을 내고 이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구매하는 계약을 미국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구매 대수는 200기 이상이며 이를 위해 호주는 총 13억호주달러(약 1조1000억원)를 지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이날 호주는 4억호주달러를 추가로 투입해 미국산 첨단 대레이더 미사일(ARM) 60여기를 구매하기로 확정했다. 또한 호주 육군의 복서 장갑차에 탑재할 대전차 유도 미사일도 구입하기로 했는데 여기엔 5000만호주달러(약 420억원)가 사용된다.
리처드 말레스 호주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우리 국군이 적을 해안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뜨리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필요한 역량에 투자했다”며 “호주는 미국, 영국에 이어 토마호크를 보유한 유일한 3개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국무부는 오커스(AUKUS) 협정의 세부사항을 발표하면서 토마호크 미사일 최대 220기를 호주에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한 바 있다. 이날 구매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토마호크 미사일 인도를 위한 양국 협상은 모두 마무리됐다.
토마호크는 미국 방산업체 RTX가 개발한 함대지 순항 미사일로 함정과 잠수함에서 발사해 적 함정 및 지상 주요 거점을 공격 목표로 한다. 저공 비행으로 적 레이더에 발견될 확률이 낮은 데다 장거리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호주가 구매한 토마호크 미사일의 사거리는 1500㎞이며 호주 해군의 호바트급 구축함에 우선 장착된다. 이후 미국으로부터 인도받는 핵잠수함에 탑재돼 장거리 타격 능력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2021년 9월 미국과 영국은 호주와 3개국 외교안보 협의체인 오커스를 결성한 뒤 2040년까지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3월에는 호주의 핵잠수함 운용 능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의 버지니아급 잠수함 3~5척을 판매하기로 했다.
오커스 협정에 따라 미국과 호주는 최근 무기 계약을 잇달아 성사했다. 양국은 지난달 외교·국방장관급 회담(AUSMIN)을 계기로 호주 국내 미사일 제조 산업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2025년까지 중거리 유도 다연장 로켓시스템(GMLRS)을 공동 생산한다. 지난 18일에는 미 국무부가 호주에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시스템) 판매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밀착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호주는 지난 4월 35년 만에 방위 전략을 대폭 수정한 ‘국방 전략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했다. 호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어느 나라보다 규모가 크고 야심 차다”며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를 확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