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딜러업계가 불투명한 가격 구조와 복잡한 판매 방식에 대한 소비자 불만, 전기차 업체들의 직접 판매 확대 압박 속에서 거센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자동차 가격 급등과 고금리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통 자동차 딜러들의 판매 관행에 대한 규제 당국과 소비자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신규 차량의 약 96%가 주(州)별 프랜차이즈법 보호를 받는 자동차 딜러망을 통해 판매된다. 이 제도는 기존 딜러 계약이 있는 완성차 업체가 소비자에게 차량을 직접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그러나 리비안과 루시드, 폭스바겐 산하 스카우트 같은 전기차 업체들은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차량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며 관련 법에 잇따라 도전하고 있다.
◇“중간상 세금 붙는다”…직접 판매 압박
FT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3월 자동차 딜러그룹 97곳에 “기만적이거나 불공정한 판매 방식”을 경고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이미 판매된 차량을 미끼 상품처럼 광고하는 이른바 ‘베이트 앤드 스위치(bait-and-switch)’ 방식과 각종 수수료를 제외한 가격 표시 등이 포함됐다.
국제법경제센터(ICLE)의 크리스티안 스타우트 혁신정책 책임자는 제조사의 직접 판매가 허용될 경우 소비자들이 차량 한 대당 최대 5000달러(약 720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반면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는 딜러망이 제조사 간 경쟁을 유지하고 지역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아이오와주에서 자동차 딜러로 활동하는 제프 웨버는 “딜러들은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수십년 동안 고객과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부활절 일요일에 고객 차량 문제를 해결하려고 직접 매장까지 달려올 토요타 직원이 과연 있겠느냐”고 말했다.
◇“차값 7000만원 시대”…소비자 분노 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차량 공급 부족과 고금리 환경은 미국 자동차 가격을 크게 끌어올렸다.
켈리블루북 자료에 따르면 미국 신차 평균 판매가격은 현재 5만달러(약 7200만원)를 넘어섰다. 지난 2020년 약 4만달러(약 5760만원) 수준에서 크게 오른 것이다.
미국 소비자 약 20%는 월 자동차 할부금으로 1000달러(약 144만원) 이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차량 가격뿐 아니라 보상판매 가격 협상, 금융상품, 보험, 옵션, 배송비 등을 거치는 복잡한 다단계 판매 구조가 소비자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아주 투자회사 오토모티브벤처스의 스티브 그린필드는 “전통 딜러들은 보상판매 가격을 깎고 금융 조건을 바꾸고 소비자가 지친 순간 추가 옵션과 보험을 판매한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식 정찰제 확산”
시장에서는 테슬라와 리비안, 카맥스, 카바나 등이 도입한 ‘노해글(no-haggle) 가격제’가 전통 딜러 모델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해글은 가격 흥정을 하지 않는 정찰제 판매 방식을 뜻한다.
콕스오토모티브의 마크 스트랜드 부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가격 투명성은 젊은 세대 소비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며 “더 진보적인 딜러들은 이미 앱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이런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전통 자동차 딜러들이 수십년 동안 강력한 보호 장벽을 구축해왔지만 전기차 업체들의 직접 판매 확대와 디지털 판매 문화 확산 속에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