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고전하고 있다.
치솟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속에 고금리로 갈아타야 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심각한 매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년 사이 월 모기지 부담이 122% 폭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택 수요자들도 주택 구입을 꺼리고 있다.
주택 공급과 수요 모두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
그러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이코노미스트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2008년 주택시장 붕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 지금 주택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긴축에서 비롯됐던 1980년대식 약세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택시장이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이 전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뱅크레이트는 8일(현지시간) 저조한 재고 등 크게 5가지 이유를 전문가들이 꼽고 있다고 전했다.
부족한 재고
전미부동산중개협회(NAR)에 따르면 8월 현재 시중에 매물로 나와 있는 기존주택 물량은 지금의 거래 속도로 볼 때 3.3개월 분에 그친다.
지난해초에 비해서는 나아지기는 했다. 당시 재고 물량은 고작 1.7개월분에 불과했다.
통상 6개월 분은 재고가 남아 있어야 주택시장 수급이 원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지속적인 재고 부족으로 인해 낮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매자들의 선택이 폭이 극히 좁고, 매물로 나온 주택을 놓고 구매자들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수급에 따른 주택 가격 붕괴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신축주택 공급도 제한
기존주택 시장의 부진을 신축주택 공급으로라도 어느 정도 메워야하지만 이 역시 어렵다.
건축업체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속에 주택시장이 붕괴하기 전인 2007년 이전 수준의 공급물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할만큼 신속하게 토지를 사들이고 건축허가를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의 주택 가격 상승 배경인 부족한 주택 공급이 기존주택이건, 신축주책이건 개선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인구변화 따른 신규 수요
고금리로 수요가 위축되고는 있지만 시장이 돌아가기에 충분할 정도의 신규 수요는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주택시장 붕괴 가능성이 낮은 배경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고, 여기에 라틴계 주민인 히스패닉의 주택 수요 역시 늘고 있다.
엄격한 대출 조건
2008년 주택시장 붕괴를 촉발한 부실 대출도 지금은 가능성이 낮다.
당시에는 소득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모기지 신청이 가능했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출 조건이 강화돼 지금은 소득이 충분한 이들만 모기지를 얻을 수 있다.
경제가 둔화되고, 실업자가 늘면 부실 모기지가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주택시장 붕괴를 몰고 올 정도의 부실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
압류도 잠잠
지금의 주택시장이 붕괴되지 않을 것이란 낙관전망의 또 다른 근거는 모기지를 갚지 못해 압류된 뒤 강제로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가 거으 없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압류로 경매에 나온 주택 물량이 폭증했고, 이것이 주택시장 붕괴을 일으킨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였다.
미 경제가 여전히 연착륙 시나리오를 밟고, 노동 수요는 탄탄해 주택시장 둔화 속에서도 주택 압류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