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쿠바 공산 혁명의 상징인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원수를 살인 및 항공기 파괴 혐의로 전격 기소하며, 수십 년간 이어진 쿠바 체제에 대한 사실상 ‘종식 선언’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방식과 같이, 라울 카스트로를 향한 국제적 포위망을 좁히며 쿠바 정권의 즉각적인 변화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로이터, CBS 뉴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지난 1996년 쿠바 군의 민간 항공기 격추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94세의 라울 카스트로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법적 단죄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단순한 과거 사건에 대한 기소를 넘어, 고립과 경제난을 겪고 있는 쿠바 정권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군사적 행동까지 염두에 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강경 정책의 결정판이다.
30년 만의 단죄… “살인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미 법무부는 지난 4월 23일 마이애미 연방법원 대배심에 의해 기소된 라울 카스트로와 쿠바 군 관계자 5명에 대한 공소장을 20일 공식 공개했다.
카스트로에게 적용된 혐의는 미국 시민에 대한 살인 공모, 4건의 살인, 2건의 항공기 파괴 등 총 7개 항목이다.
이번 기소는 1996년 2월 24일, 쿠바 망명자 단체 ‘브라더스 투 더 레스큐(Brothers to the Rescue)’ 소속 경비행기 2대가 공해상에서 쿠바 미그(MiG)-29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격추된 사건에 따른 것이다. 당시 사고로 미국 시민 3명과 영주권자 1명이 사망했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은 마이애미 프리덤 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살인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 책임 또한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을 살해한 자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그가 누구든, 어떤 직함을 가졌든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트럼프의 ‘서반구 헤게모니’ 전략… 제2의 마두로 사태 예고
이번 기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공격적인 대외 정책의 일환이다. 지난 1월, 미국은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특수부대를 투입해 생포한 바 있다.
이러한 ‘마두로 사례’를 목격한 국제 사회는 라울 카스트로에 대한 이번 기소가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실질적인 체포 작전의 예고편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코네티컷 해안경비대 아카데미 연설에서 “하바나 해안에서 파나마 운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불법과 범죄, 외국 세력의 침범을 몰아낼 것”이라며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대한 미국 영향력 확대를 천명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가 다음 차례”라고 언급한 바 있어, 미국이 향후 쿠바 정권을 상대로 군사적 또는 준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쿠바의 반발… “정치적 술수이자 침략을 위한 명분”
쿠바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 X를 통해 이번 기소를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비열한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하며, “쿠바 정권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쿠바 외교부는 1996년 당시 자국군의 대응이 주권 수호를 위한 ‘정당방위’였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쿠바 내부 사정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의 핵심 군부 경제 조직인 GAESA를 포함한 관계자들을 정조준한다.
현재 쿠바 전역에서는 연료 부족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와 식량난이 심화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극심한 단전으로 고통받는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쿠바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고통의 원인은 나라를 약탈한 정권”이라며 민심 이반을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 “퇴로 없는 정면충돌… 긴장 상태 지속”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기소가 향후 미-쿠바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킬 것으로 본다.
윌리엄 레오그랜드 아메리칸대 교수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전략은 쿠바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항복할 때까지 압박을 지속하는 것”이라며 “쿠바 정권이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기에 양국 간의 정면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라울 카스트로의 신병 확보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가 “본인의 의사로 나타나든, 다른 방식으로든 법정에 세우겠다”고 공언한 만큼, 카스트로 전 대통령은 향후 쿠바 외부로의 이동이 극히 제한되는 등 사실상 고립된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진 카스트로 체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드라이브’ 속에서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연 이번 기소가 쿠바 정권 붕괴의 서막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비극적 갈등의 시작이 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