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내 집 마련이 미국에서 옛 추억이 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미 온라인 모기지 중개 업체 레드핀 설문조사에서 미 MZ세대의 내 집 마련 기대는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주역이 되고 있는 세대의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미 주택시장에 장기적인 악재일 수밖에 없다.
밀레니엄 세대 20% “평생 집 못 산다”
레드핀이 5월과 6월 미 MZ세대 313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밀레니엄 세대의 20%, Z세대의 10%가 평생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는 1981~1996년생으로 현재 미 경제·사회의 핵심 연령대다.
Z세대는 1997년 이후 출생한 이들이다.
레드핀 조사에서 MZ세대 응답자들은 주택 구매 계약금부터 높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비용, 여기에 대학 시절의 학자금 융자 상환 등의 부담으로 인해 평생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 주택시장의 핵심 세대로 부상하는 MZ세대가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은 미 주택시장이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융자 탕감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계한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바 있어 당분간은 흐름을 되돌릴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내 집 마련 점점 어려워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릴 페어웨더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주택 마련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면서 “사람들이 주택시장을 비집고 들어가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자금융자 상환·계약금·고금리
학자금융자 상환 압박 속에서 MZ세대는 첫 내 집 마련 단계에 살 수 있는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여윳돈이 없다.
레드핀 설문조사에서 밀레니엄 세대의 약 절반, Z세대 3분의 1이 계약금을 마련할 여유가 없다고 답했다.
Z세대 21%, 밀레니엄 세대 16%는 주택 구입 전에 먼저 학자금 융자부터 상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자금융자가 탕감되면 내 집 마련 1차 관문을 뚫을 수 있다는 뜻이다.
1차 관문을 뚫었다고 해도 2차 관문이 남아 있다. 높은 모기지 금리다.
응답자 3분의 1 이상이 지금의 모기지 금리가 너무 높다고 답했다. 또 다른 3분의 1은 지금 상황에서는 매달 모기지를 갚는 것조차 벅차다고 밝혔다.
모기지 데이터 업체 블랙 나이트에 따르면 현재 미 소득 중앙값 수준의 가계가 감당해야 하는 평균 모기지 부담은 7월 현재 소득의 36.5%까지 올랐다. 2021년 24.3%에 비해 12.5%포인트 급등했다. 사상최대 부담이다.
심지어 모기지 금리가 7%를 찍이 이전인 7월 당시에 미 주택취득가능성은 1984년 이후 최악으로 추락했다.
연어처럼 회귀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한 MZ 세대는 부모와 함께 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느라 떠났던 집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레드핀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약 40%가 계약금 마련을 위해 부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고, Z세대 20%, 밀레니엄 세대 15%는 부모 집을 물려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독립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옛 말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레드핀의 다른 설문조사에서 30세 미만 주택 구입자의 약 38%가 부모 등 가족의 도움을 받아 계약금을 냈다고 답했다.
미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서 생애 첫 주택 구입을 위해서는 연 소득이 최소한 6만4500달러는 돼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사이 그 기준이 7200달러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