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상 악화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선거 유세 스타일의 연설을 감행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독립기념일 행사의 직접 참석을 자제해 온 관례를 깨고, 공식 국가 행사와 개인의 정치 활동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1시 15분 워싱턴 D.C. 내셔널 몰 무대에 올라 “우리는 결코 물러설 수 없다”며 기상 악화로 연기되었던 연설을 시작했다. 당초 낙뢰를 동반한 폭풍으로 당국이 관람객들을 인근 박물관과 정부 건물로 긴급 대피시키는 등 소동이 일었으나, 날씨가 잦아들자 워싱턴 기념탑 인근 공터로 지지자들이 다시 집결했다.
이날 행사장 주변은 화씨 39도에 달하는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기록적인 더위로 인해 워싱턴 D.C. 내 여러 퍼레이드와 행사가 취소됐자먼,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보기 위해 모인 방문객들은 강화된 보안 검색대와 숨막히는 폭염 속에서 몇 블록씩 줄을 서며 오랜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특히 이날 방문객 중에는 백인 민족주의 단체인 ‘패트리어트 프론트(Patriot Front)’ 회원 수백 명이 단체 복장을 입고 지하철을 통해 대거 시내로 진입해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현재까지 폭력 사태 관련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프리덤 250’ 그룹이 주관했다. 이 조직은 지난 2016년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기존의 초당파 기구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내셔널 몰의 상당 부분을 놀이기구와 보수 단체 및 방위산업체의 전시 공간으로 채운 ‘위대한 미국 박람회’로 변모시켰다.
‘프리덤 250’ 측은 미국을 세계 최고로 만든 혁신을 선보이는 자리라고 자평했으나, 민주당이 주도하는 여러 주(州)는 대표단 파견을 거부했고 출연 예정이던 다수의 예술가도 당파성 우려를 이유로 불참했다. 또한, 이 조직이 후원하는 역사 홍보 차량 ‘프리덤 트럭’은 미국 역사를 지나치게 기독교 편향적으로 묘사하고 노예제나 인종 불평등 문제를 은폐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국가적 경사가 특정 진영의 정치 축제로 전락하면서 미국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로이터와 입소스(Ipsos)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4분의 3은 물론, 공화당원의 절반을 포함한 미국인 대다수가 이번 250주년 기념행사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고 응답했다.
대대적인 수도 단장 작업도 부실 논란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1,500만 달러를 투입해 전면 보수를 공언했던 링컨 기념관 반사 연못(Reflecting Pool)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조로 뒤덮이는 등 심각한 부실 공사 흔적이 드러났다. 현재 이 연못 주변에는 추가 훼손과 항의 시위를 막기 위해 보안 카메라와 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어 건국 250주년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