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출입기자 선정 권한을 직접 행사하겠다고 밝혀 지난 111년간 유지돼 온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역할이 사실상 없어지게 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언론계에서는 정부가 출입 기자를 직접 선별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각) USA투데이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백악관 홍보팀이 직접 결정할 것”이라며 “기존 언론사들도 포함되겠지만 새로운 매체들도 참여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WHCA로 불리는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지난 1914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백악관 출입 기자들의 권익 보호와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주요 언론사 기자들로 구성된 9인 위원회가 백악관 출입기자를 정하는 권한을 자체적으로 행사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WHCA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거나 사실상 없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번 발표는 AP통신이 백악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법원의 예비 판결이 나온 직후 나왔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개명했으나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사 기자들이 백악관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WHCA 회장인 유진 대니얼스(폴리티코 백악관 출입기자)는 “백악관이 기자단을 직접 구성하겠다는 것은 언론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며 “자유 국가에서는 정부가 자신을 취재할 기자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레버 맥패든 미 연방 판사는 AP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최근 연 심리에서 “백악관이 WHCA를 공식적인 조정자로 인정한 뒤 특정 언론사를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백악관이 WHCA를 배제하고 직접 출입기자단을 선정할 경우 언론사 간 형평성과 백악관 보도의 객관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실제로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