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팬데믹 시기 급등했던 자동차 가격의 후폭풍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차량 대출 부채에 갇히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차량을 교체한 소비자 가운데 약 30%가 기존 차량 가치보다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역자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기존 차량 대출에서 떠안고 있는 평균 잔여 부채는 약 7200달러(약 1066만 원)로 5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즈는 이 같은 증가세가 최근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차값 급등 후유증…“값보다 빚이 더 많다”
팬데믹 당시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이 급감하면서 차량 가격이 급등했고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차량을 구매했다. 이후 시장이 정상화되며 중고차 가격이 하락했지만, 대출 잔액은 그대로 남아 역자산 상태가 급증했다.
실제 한 소비자는 약 8만7000달러(약 1억2876만 원)의 대출이 남은 픽업트럭을 4만7000달러(약 6956만 원) 수준으로 평가받으면서 큰 폭의 손실 상태에 놓인 사례도 등장했다.
딜러들은 “매일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며 역자산 문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 대출 기간 늘려 버티지만 ‘부채 악순환’
소비자들은 월 납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출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신차 평균 대출 기간은 약 70개월에 달했고 일부는 8년 이상 상환 구조까지 확대되고 있다.
역자산 상태 소비자들의 신차 평균 구매 금액은 약 5만6000달러(약 8288만 원)로 일반 구매자보다 약 1만2000달러(약 1776만 원) 더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른 월 납입액도 평균 932달러(약 137만9000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기존 부채를 새로운 대출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소비자 부채가 계속 누적된다는 점이다.
◇ 연체·차량 압류 증가…금융 리스크 확대
이 같은 구조는 금융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연구에 따르면 이전 차량 대출의 역자산을 새 대출로 넘긴 소비자는 2년 내 차량 압류를 겪을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최근 2010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금리 상승과 차량 가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며 취약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 ‘K자형 경제’ 심화…양극화 신호
다만 모든 소비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일부 소비자는 차량 교체 과정에서 평균 6800달러(약 1006만 원)의 자산을 확보하는 등 양호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WSJ는 이를 두고 “부유층은 견조한 소비를 이어가는 반면 일부 계층은 부채 부담에 시달리는 ‘K자형 경제’의 또 다른 단면”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시기 형성된 높은 차량 가격과 금리 환경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역자산 문제 역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