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다시 만난 두 숙적”…트럼프, 뉴욕 검찰총장 형사 기소 요청

BBC-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부가 뉴욕주 검찰총장 레티샤 제임스를 모기지 사기 혐의로 연방 기소할 것을 미 법무부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트럼프와 제임스 간의 법적·정치적 충돌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 혐의 내용: 주택 규모·거주지 허위 신고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제임스 총장이 대출을 유리하게 받기 위해 부동산 규모를 축소 기재하고, 주 거주지를 조작해 이자율을 낮췄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뉴욕 소재 건물을 실제보다 소형(4유닛)으로 등록

버지니아 노퍽 소재 부동산을 2023년 본인 거주지로 등록해 저금리 대출 확보
(하지만 제임스는 당시 뉴욕 검찰총장으로, 법적으로 뉴욕에 거주해야 함)

FHFA 국장 윌리엄 펄트는 미 법무장관 팜 본디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다만 현재까지 제임스에게 형사 혐의는 정식으로 적용되지 않았다.

■ 제임스 측 “정치 보복…위협에 굴하지 않겠다”
제임스 검찰총장 측은 즉각 반발했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를 정치 보복의 도구로 삼고 있다”면서 “제임스 총장은 뉴욕 시민의 권익 보호에 집중할 것이며, 어떤 정치적 협박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제임스는 부패 정치인…즉각 사퇴해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제임스를 ‘부패한 정치인(wacky crook)’이라 비난하며 “즉시 검찰총장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제임스는 2023년 트럼프 일가의 부동산 자산 허위 평가 혐의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으며, 당시 법원은 트럼프에게 3억5천만 달러(약 4,600억 원)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트럼프 측은 현재 항소 중이다.

■ 반복되는 ‘정적 숙청’ 논란
트럼프는 퇴임 이후에도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를 진행한 인사들의 보안 권한을 박탈하거나 해임하는 등 직접적인 조치를 취해 왔다. 제임스 외에도, 성추문 사건을 기소한 맨해튼 검사 앨빈 브래그, 특검 잭 스미스 팀의 검사들, 로버트 뮬러 특검이 몸담았던 로펌들까지 광범위한 인사 보복이 이어졌다.

이번 고발 시도 역시 2024년 대선 재도전을 앞둔 트럼프의 정치적 보복 행보라는 비판과 함께, 연방정부의 수사권이 과연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