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는 한미 관세협상 종료시한(8월 1일)을 열흘여 앞두고 “미국은 한국과 함께 일할 때 더 강해질 것”이라며 양국간 윈윈하는 합의안 도출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 총리는 최근 잦아지는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구조적인 해법으로 ‘안전 뉴딜’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21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첫 인터뷰를 뉴스1과 갖고 “미국의 최대 이익은 한국과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그 미래를 함께 설계할 때 이룰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양국 간 상호호혜적인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측과 진지하고 치열하게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관계부처가 국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비즈니스맨 출신의 미국 국익을 대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무엇을 가장 중시하겠는가를 보면서 우리도 전체 흐름을 짜야 한다”며 “모든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업종별 지원대책 마련, 수출시장 다변화 지원 등 대비책을 보강해 나갈 계획”고 밝혔다.
이어 “협상 기간이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협상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한국이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진정한 윈-윈 구도가 가능할 때만 의미 있는 협상이 성립한다고 본다”며 “총리는 대통령과 정부가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로 큰 틀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고, 미국이 한국에 진짜 바라는 것을 정확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화문 태극기식 한미 동맹은 매우 낡은 것”이라며 “관세 협상에 대한 최종 결론은 ‘빅딜(Big Deal), 빅 픽처(Big Picture)(크게 딜을 하고, 큰 그림을 그리자)’ 관점으로 미국에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MAGA(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라면 제 모토는 ‘Make Korea-US(KORUS) Great Together'(메이크 코러스 그레이트 투게더)”라고 밝혔다.

또한 김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 분야 최우선 과제로 지목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총리는 “APEC은 단순한 외교행사가 아니라 우리가 국가적인 자원을 투입하는 게 많은 행사”라며 “우리는 최대한 우리 걸 회수하겠다는 관점의 국가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을 하는 APEC이 아니라 서비스든 인프라든 문화든 클래스가 다른 APEC을 만들어야 한다”며 “과거 88올림픽 이상의 국가적인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 측면에서는 내셔널 브랜드, 국가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고 이를 높이면서 그 가치의 확산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APEC이 모든 걸 다 바꾸진 않겠지만 국가적 자산이 들어가는 만큼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정상화를 세계에 알리고 각국 정상들과 경제인들을 놀라게 할 초격차 K-APEC, 역사에 없던 APEC이 되도록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며 “인프라의 적기 완공과 각급 숙소의 서비스 개선, 문화콘텐츠 등 모든 부분에서 부족함이 없도록 꼼꼼히 챙겨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총리는 “하반기에는 본예산을 해야 하는데, 통상적인 재난 대비를 넘어 기후위기에서 발생하는 재난의 구조적 해법, 가칭 ‘안전 뉴딜’ 같은 게 있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예산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우리가 막연히 이야기하던 기후변화가 이제 현실의 뉴노멀이 됐다”며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이 있고, 폭염 뒤에 거의 물폭탄급 집중호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적으로도 적응이 어렵고, 인프라 상으로도 기존 더위에 대처하는 자연스러운 체계가 과부하됐고 비를 처리하는 것도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며 “과거나 지금이나 비 피해가 생기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산을 복구하고, 전염병을 예방하는 루틴은 동일하지만 패턴이 바뀌어서 앞으로 대응체계가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초입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최근 한반도를 덮친 폭우로 수해 피해가 속출한 것에 대한 원인을 기후변화로 지목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안전 뉴딜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안전 뉴딜은 기존 시설로는 기후재난을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하천 정비, 제방 관리, 하수 처리 시설 증설, 교통·주거 시설 개선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방안을 말한다.
또한 김 총리는 “우리 경제는 제2의 IMF라 할 구조적·복합적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또한 ‘슈퍼 복합 넛크래커’라 할 대외적 어려움 속에서 지난 정부 3년의 퇴행으로 우리 성장잠재력은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정권교체와 이재명 대통령 효과로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올랐다 하더라도, 그로 만사형통할 것이란 안일함은 없다”며 “소비지원금, 부채 경감과 같은 직접적 조치도 불가피한 응급처방으로 시행하지만, 반드시 구조적 대책과 중간 순환전략을 병행하여 경제순환의 숨통을 트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단기적으로는 대미 관세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물가·집값 안정화 대책 및 민생회복을 위한 추경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ABCDEF 성장정책, 전방위적 규제혁신, 기술인재 육성 등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전략을 추진하며, 중기 전략으로는 관광·콘텐츠산업 활성화, 건설투자 회복, 직장인 점심밥 등 다양한 국민 체감형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ABCDEF는 인공지능(AI), 바이오(Bio), 문화 콘텐츠(Contents & Culture), 방위산업(Defense), 에너지(Energy), 제조업 부활 지원(Factory)을 의미한다.
김 총리는 “(지금은) IMF 경제 위기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이며,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민주주의 등 매우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라며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을 보좌해 총체적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1964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최연소(만 32세) 의원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뒤 정치활동을 이어갔고, 김대중 대통령 총재 비서실장과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민주당의 대승을 이끌며 ‘신명계'(새 친이재명)로 떠올랐고,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는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으로도 활동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 대통령의 선대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