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극에 달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였던 한국 선박이 약 3개월 만에 처음으로 통행을 재개하며 에너지 수송로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월 말 해협 봉쇄 이후 80일 만의 일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및 복수의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HMM 소속 국적 선박 ‘유니버설 위너(Universal Winner)’호가 이란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해당 선박은 쿠웨이트 미나 알 아마디항을 출발해 원유 200만 배럴을 적재하고 울산항을 향해 이동 중이다.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오만만 입구 인근 해협 동측을 지나며 안전하게 항로를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같은 선사의 ‘나무(Namu)’호가 해협 인근에서 공격받은 이후, 안전 확보에 비상이 걸렸던 한국 해운업계로서는 이번 통행이 일종의 ‘물꼬’를 튼 사례로 평가된다.
이란과 ‘물밑 협상’ 결실… 통행료는 없다
이번 통행은 한국 정부와 이란 당국 간의 장기간 이어진 긴밀한 외교적 조율 끝에 성사됐다. 조현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각)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우리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이라며 “이란 측과 논의를 마무리했으며, 선박이 지정된 항로를 통해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려됐던 통행료 지불 여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일절 지급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는 해당 선박에 탑승한 한국인 선원들의 안전과 국내 에너지 수급의 시급성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정부는 이번 통행이 특정 사건의 배상이나 보상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향후 남아있는 25척의 한국 선박들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이란 측과 지속적인 외교적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잔류 선박 25척의 과제와 진상 규명
이번 통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발생한 ‘나무(Namu)’호 피격 사건의 여파는 여전하다. 당시 나무호는 미확인 항공기 2대의 공격을 받아 선미 좌측 밸러스트 탱크 외판이 손상되고 엔진룸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테헤란 측은 주한 이란 대사관 성명을 통해 “이란군의 개입 의혹을 강력히 부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미국 등 관련국과 협조하여 공격 주체에 대한 조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조 장관은 “미국 측에 정보 공유를 요청한 상태이며, 아직 공격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협력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로는 이번 유니버설 위너호의 통행이 한국 에너지 수급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격 이후의 보상 문제와 잔류 선박들의 안전 확보 방안이 향후 외교적 협상력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중동 지역의 안보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원유 도입 경로의 다변화와 해상 안전망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