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 각서 서명으로 한국에서 미국 군함 건조가 허용된 가운데 미 의회가 일자리 축소와 국가 안보를 우려해 제동을 걸었다. 미 해군 함정의 극심한 건조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동맹국의 첨단 조선 기술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본국 건조가 허용됐으나 미국 조선업의 일자리와 국가 안보가 한국 등 해외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20일 미국 해운조선 전문 매체 더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The Maritime Executive)에 따르면 미 의회 의원들은 미국 해군 함정 건조를 한국이나 일본 조선소에 맡기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원들은 국가안보와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전투함 및 주요 군수지원함의 해외 건조를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해외 조선소가 신속한 건조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미 해군 함정 건조 계약을 수주한 적이 없고, 미국 함정 건조의 핵심 공정에 참여할 기회가 부족해 본국 건조로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 참여하는 것은 일자리 유출을 초래하고, 핵심 전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는 안보상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 의회의 반대는 미 해군 구축함 건조의 핵심 조선소인 배스 아이언 웍스(Bath Iron Works)와 헌팅턴잉걸스(HII)가 위치한 지역 의원들이 자국 조선업의 일자리 유출을 방어하고 핵심 군사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강하게 결속하면서 발생했다.
배스 아이언 웍스가 위치한 메인주 의회 대표단은 해외 조선소에 신규 군함 계약을 배정하기보다 미국 내 조선소에 충분한 물량을 보장해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러드 골든(Jared Golden) 하원의원(민주당, 메인주)은 최근 성명에서 “미국 조선업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고, 이제는 미국 조선소를 외국 기업에 매각하려는 듯한 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발언을 어떻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행히 하원은 이미 이 근시안적인 해외 이전 계획을 저지하는 제 법안에 초당적인 지지를 보냈고, 상원도 같은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회는 국가안보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군함 해외 건조를 엄격히 제한하는 초강경 입법을 추진해왔다. 하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안은 전투함 및 군수지원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고 있으며, 상원 역시 전투함 해외 건조는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가 안보 이유도 있다. 한국과 일본은 긴밀한 동맹국이지만, 현재 미국 군함의 기반이 되는 모든 기능과 기술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는 현지에서 운영되지만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 수천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어 군함 건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와 핵심 군사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앵거스 킹(Angus King) 상원의원(무소속, 메인주)은 지난 5월 상원 군사위원회(SASC) 청문회에서 “국가 안보 관점뿐 아니라 산업 기반 재건이라는 측면에서도 해외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이 끔찍한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는 리 산업 기반이 스스로 재건돼 우리가 요구하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수요 신호를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투자한 외국 조선업체에 대해 본국 조선소에서 최대 2척의 미 해군 선박(비전투 보조함 등)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미 군함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연방법(번스-톨레프슨법)을 우회하기 위해 대통령의 국가안보 면제권을 행사했다. 다만 대통령이 안보상 면제권을 발동하더라도, 미 의회가 국방예산을 해외 건조에 사용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차단하면 실제 계약 진행은 불가능해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을 국내에서 건조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의 예산 승인과 법안 개정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미 의회의 강력한 반대 장벽 때문에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각서 발표에 의존하기보다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나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이 요구된다.
한화는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호주 조선·방위산업체 ‘오스탈’이 보유한 미국 사업을 최대 12억 달러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하고 있는 HD현대 역시 기술 이전 모델을 넘어 실제 미국 조선소 지분 매입과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