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병역과 관련해 “군대 안 가는 게 중요했다”는 경솔한 발언으로 금메달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1-0으로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대회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땄던 한국은 이번 대회까지 정상에 오르며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연패를 일궜다.
적지에서 라이벌 일본을 꺾고 거둔 승리라, 의미가 큰 결과였다.

하지만 우승 이후 선수들이 남긴 소감은 문제가 됐다.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방송사와 인터뷰 후 취재진과 만나 “메달이냐 트로피냐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어서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큰 논란을 일으킨 앞부분의 “메달인지 트로피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은 백번 양보해 우승의 결과물로 어떤 형태의 기념물을 받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승 직후 한국 축구의 명예나 자존심이 아닌 “군 면제만 보고 경기를 했다”는 발언은 팬들에 큰 실망을 안겼다.
이번 대표팀의 맏형이자 주장이었던 이기혁(강원) 역시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9일 뒤에 군대 갈 뻔했다. 이제 군대 안 간다”며 금메달을 들고 환호했다. 격한 기쁨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였지만 올해 한국 축구에서 많은 조명을 받고 있는 이기혁의 위치를 생각하면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특히 군 복무를 앞둔 청년이나 현재 복무 중인 이들에게 병역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듯한 표현으로 비칠 수 있었다.

2007년생으로 이번 대표팀 막내였던 박승수(뉴캐슬)는 전역모를 쓰고 기뻐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업로드했다. 이 역시 군 복무를 희화화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승수는 논란이 되자 해당 사진을 삭제한 상태다.
결승전 결승골을 넣는 등 이번 대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엄지성(스완지)의 “병역 혜택보다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생각했다”면서 “이후 커리어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라는 발언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언행이다.
결국 대표팀은 금메달을 따고도 박수가 아닌 질타를 받으며 귀국했다.
이기혁은 귀국 후 “말의 무게를 더 생각했어야 했다. 다만 국가대표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병역을 신경쓰기보다 국가대표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 “발언에 대해 선수들 모두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4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개성 있는 표현이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들의 발언이나 행동을 다 통제할 수는 없지만 선수촌에서 국가대표로서 갖춰야 할 소양에 대한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은 선수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현실적인 동기다. 특히 해외 진출을 준비하거나 이미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선수 경력의 연속성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병역 혜택이 금메달을 따낸 이유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해서, 국가대표로 얻은 금메달의 의미까지 그 하나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한국 남자축구가 일본을 꺾고 4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기록을 세운 성과와 선수들의 경솔한 표현은 별개의 문제다. 우승의 기쁨은 충분히 누릴 수 있지만,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얻은 결과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도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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