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의 보험료 인상으로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원 수 200명 미만의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대기업 직원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비영리 보건정책 연구기관 카이저가족재단(KFF)이 22일 발표한 연례 고용주 건강보험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직장 제공 가족 건강보험의 평균 연간 보험료는 전년보다 5% 상승해 2만8천 달러를 넘어섰다.
기업이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급여에서 직접 납부하는 금액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 가족보험 부담액 연간 7,471달러
조사 결과, 2026년 미국 근로자가 직장 제공 가족 건강보험에 납부하는 연평균 보험료는 7,471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보다 621달러 증가한 것으로, 상승률은 약 9%에 달한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623달러가 직원 급여에서 건강보험료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가족보험 전체 비용은 지난해 약 2만7천 달러에서 올해 2만8천 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
보험료 외에 의료서비스 이용 시 가입자가 먼저 부담해야 하는 연간 공제액(Deductible)도 평균 2,000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공제액은 보험이 적용되는 의료비 가운데 가입자가 보험사의 비용 분담이 시작되기 전에 직접 부담해야 하는 금액으로, 보험료와는 별도로 가계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소기업 직원, 대기업보다 연간 2,847달러 더 부담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기업 규모에 따른 근로자 부담액이다.
직원 수 200명 미만의 중소기업 근로자는 가족 건강보험료로 연평균 9,687달러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원 수 200명 이상 기업의 근로자 부담액은 평균 6,840달러로, 중소기업 직원이 연간 2,847달러를 더 내는 셈이다.
월평균 부담액은 중소기업 근로자가 약 807달러, 대기업 근로자가 약 570달러다.
지난해에도 중소기업 직원은 약 8,900달러, 대기업 직원은 약 6,200달러를 부담한 것으로 조사돼 기업 규모에 따른 보험료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병원 진료비·비만치료제 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
건강보험료가 상승하는 배경에는 병원과 의료기관의 진료비 인상, 고가 처방약 사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체중 감량에 사용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의약품의 사용 증가도 보험사와 고용주의 의료비 지출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험사와 기업들은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자 가입자의 공제액을 높이거나 특정 의약품의 보험 적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고가 비만치료제에 대한 보장을 제한하고, 의료서비스 이용 전 보험사의 사전승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의사나 병원의 범위를 제한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보험료 인상뿐 아니라 실제 병원을 이용할 때 근로자가 부담하는 의료비도 증가시킬 수 있다.
미국인 1억6천만 명, 직장 통해 건강보험 가입
미국에서 직장 제공 건강보험은 65세 미만 인구의 가장 일반적인 의료보장 방식이다.
현재 약 1억6천만 명의 미국인이 본인 또는 가족의 직장을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다.
이에 따라 직장 건강보험료 인상은 미국 가계의 생활비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평가된다.
최근 KFF 여론조사에서도 의료비와 휘발유 가격이 식료품, 주택, 공공요금 등을 제치고 중간선거 유권자들의 주요 경제적 우려 사항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의료비 부담 문제를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KFF의 드루 올트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그동안 건강보험개혁법과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에 관한 논의가 많았지만, 2026년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의 가족보험료 부담이 9% 증가했다는 사실도 유권자들이 의료비를 걱정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보험료뿐 아니라 실제 의료비 부담도 증가
이번 조사는 직원 10명 이상을 고용한 미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약 1,900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는 건강보험료 상승이 기업의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와 가족의 실질적인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대기업 직원보다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동시에 공제액과 의료서비스 이용 제한 등 추가적인 비용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의 진료비와 처방약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계속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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