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의 10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주택가격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하락한 반면 임대료는 같은 기간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모기지 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택 매매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주택 구입을 미루는 수요가 임대시장에 머물면서 집값과 렌트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10월 25일까지 4주 동안 미국 주택 매매 중위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
하락 폭은 크지 않지만 3년 이상 이어졌던 주택가격 상승세가 멈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임대주택 정보업체 아파트먼트 리스트에 따르면 10월 전국 임대료 중위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했다.
임대료 역시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상승세로 전환됐다.
높은 모기지 금리, 주택 구매자 부담 가중
미국 주택시장이 위축된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높은 모기지 금리다.
최근 몇 주 동안 모기지 금리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1년 전보다 약 1%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이러한 금리 부담으로 일반적인 주택 구매자의 월 모기지 상환액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주택가격이 일부 하락하더라도 높은 대출금리 때문에 실제 주택 구입에 필요한 월 부담액은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특히 주택 구매자들이 높은 이자 부담을 우려해 매입 결정을 미루면서 거래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 매매계약, 25년 만에 최저 수준
미국의 주택 거래 위축은 매매계약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기존 주택의 계약 체결 건수를 나타내는 잠정 주택판매는 최근 몇 주 동안 감소세를 이어갔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가 발표한 별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잠정 주택판매는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주택 구매자들이 높은 금리와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계약 체결을 미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을 팔려는 소유주들의 움직임도 둔화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신규 매물 등록 건수는 올해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구매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매도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값 하락에도 주택 거래는 얼어붙어
그동안 미국 주택시장은 매물 부족과 높은 수요로 가격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매 수요가 약해지면서 매도자들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고 있다.
레드핀은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구매자들이 시장에서 물러나면서 매도자들이 과거처럼 원하는 가격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국 주택가격의 하락 폭은 0.1%에 그쳐 아직 본격적인 가격 급락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번 통계는 전국 단위의 중위가격 변화로, 조지아주나 사바나·풀러 지역의 개별 주택가격이 같은 비율로 하락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별 주택 공급과 인구 유입, 고용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흐름은 다를 수 있다.
렌트비 3년 만에 상승 전환
주택 매매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임대시장에서는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먼트 리스트에 따르면 10월 전국 임대료 중위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3년 이상 이어진 임대료 하락세가 상승세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신규 아파트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임대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남부와 서부의 인구 증가 지역에서는 신규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임대료 하락 압력이 지속됐다.
그러나 최근 주택 구매를 미루는 사람들이 기존 임대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임대시장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임대료 상승 전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 아파트 공실률 7%
임대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아파트 공실률도 변화하고 있다.
아파트먼트 리스트에 따르면 10월 미국 다가구 임대주택의 공실률은 7%를 기록했다.
이는 장기적인 평균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올해 초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아파트먼트 리스트의 크리스 살비아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임대시장 약세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공실률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임대료 할인이나 입주 인센티브 등 임대사업자들이 제공하는 혜택을 분석한 지표에서는 여전히 시장 약세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임대료가 상승세로 전환됐더라도 임대시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남부지역 임대시장도 회복 조짐
최근 몇 년 동안 신규 아파트 공급이 집중됐던 미국 남부와 서부 지역에서도 임대시장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은 텍사스주 오스틴, 애리조나주 피닉스, 플로리다주 탬파 등이다.
이들 도시는 활발한 아파트 건설로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가 하락하는 현상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임대시장이 점차 안정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피닉스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와 함께 여전히 임대료 하락 폭이 큰 지역에 포함됐다.
따라서 남부지역 전체의 임대시장이 동시에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샌프란시스코 임대료 13.1% 급등
전국적으로 임대료 상승 폭은 크지 않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큰 폭의 상승세가 나타났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전년 대비 임대료가 13.1%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산호세가 높은 임대료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전국 평균 임대료 상승률 0.1%와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미국 임대시장이 지역별로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어 전국 평균만으로 개별 지역의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주택 구매자와 임차인 모두 시장 변화 주목
이번 통계는 미국 주택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 매매가격은 3년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높은 모기지 금리 때문에 주택 구매자의 실제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반면 임대료는 소폭 상승하면서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전국 집값 하락률과 임대료 상승률이 모두 0.1%에 불과해 향후 추세가 지속될지는 추가적인 시장 지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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